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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나랏돈 풀어 겨우 2% 턱걸이… ‘선방’ 자화자찬 어이없다

입력 | 2020-01-23 00:00:00


작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였다고 한국은행이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년도인 2018년 2.7%에 비해서도 큰 낙폭이다. 그나마 심리적 마지노선인 2%를 지킨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지만 주어진 자원을 총동원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2.5%라고 할 때 이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두고 “선방했다”는 정부의 자평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2.0%라는 성장률 자체도 참담하지만 내용을 보면 더 걱정이다. 전체 성장률 가운데 민간 기여도(0.5%)가 정부 기여도(1.5%)의 3분의 1 수준이다. 예컨대 민간 설비투자는 8.1% 감소했고 정부 지출은 6.5% 증가로 2009년 이후 최고치였다. 기업들은 고전했는데 정부가 국가 부채를 끌어다 가까스로 2%로 꿰맞췄다는 말이다.

1963년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진 적은 1980년 국제유가 파동(―1.7%), 1998년 외환위기(―5.5%),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단 3차례밖에 없었다. 작년에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글로벌 반도체 경기 부진 등 부정적 외부 요인이 있었지만 한국 경제가 2%로 주저앉은 탓으로 돌리기에는 핑계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보다 민간 분야의 활력 실종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규제혁신은 구두선에 그쳤고 소득주도성장의 기치하에 반기업·친노조 성향으로 내달으면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어왔다. 작년 말 경총이 집계한 기업들의 올해 경영계획을 보더라도 절반 가까운 47.4%가 ‘긴축’이었고 ‘확대’는 18.5%에 그쳤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2.4%로 제시하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 미중이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고, 반도체 경기가 반등하는 등 경제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언제까지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추락하는 경제를 막아낼 수는 없다. 이대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 체질로 고착되기 전에 규제개혁, 노동개혁 등을 통해 민간의 활력을 끌어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