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른바 ‘교육특구’로 이사했다는 한 엄마가 맘카페에 이런 걱정 글을 올렸다. 다른 엄마들의 이구동성 조언은 자유학년은 선행학습에 절호의 기회라는 것. “좀 세게 돌리면 고2 수학까지 뗄 수 있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자유학년제의 원조는 2016년부터 전면 실시된 자유학기제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의 미래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중학교 과정 한 학기를 시험의 압박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잠재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우게 한다는 취지의 제도. 오전만 교과수업을 하고, 오후엔 진로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등 체험학습에 나선다. 일제고사 형태의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는다. 올해 전국 중학교의 96.2%가 이 자유학기제를 1년으로 늘린 자유학년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학력 저하를 걱정한다. 1년간 시험이 없다 보니 학생들이 자기 실력을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고 해이해지기 쉽다는 것. 시범 실시된 자유학년제를 거친 중3 학생 엄마는 “(아들이) 2학년 올라가서 중학교 첫 시험을 보고는 지난 1년을 후회하더라”며 “학습 리듬을 아예 놓쳐 상위권과 격차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한 대형 학원 원장은 “중1 수학이 중요한데 이걸 놓치고 중2가 돼 버린 학생들 사이에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교육열 높은 지역에서는 고등학교 진도까지 선행학습으로 끝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인다.
▷불안한 엄마들은 사교육 시장에 눈을 돌린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가 막막한 학생들도 다르지 않다. 요즘 학원들은 자유학년제에 대비해 선행학습은 물론이고 학교 대신 시험을 보고 등수를 알려준단다. 한 학원장은 “자유학년제가 전면 실시된다니 등록 학생이 20% 정도 늘었다”고 했다. 사교육에 유리한 환경의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학력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결국 공교육의 빈자리를 사교육 시장이 메우는 것일까. 이래저래 학원밀집지역 집값만 더 올리는 것 아닌지도 걱정된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