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년 ‘오보이’ 김현성 편집장
10년 치 ‘오보이’ 책장 앞에 선 김현성 편집장과 반려견 뭉치. 7년 전 사과상자 속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데려왔다. 김 씨는 “개와 함께 살기 전에 거의 모든 개가 주인보다 먼저 늙어 병을 앓다가 죽는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개인이 동물과 환경 보호에 애써 봤자 ‘악화일로의 대세’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과 0.001%라도 있는 것은 분명 다르다. ‘좋아하는 스타가 전한 메시지를 읽은 뒤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기로 했다’는 학생들의 말을 통해 그 믿음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한다.”
지난해 12월 창간 10주년을 맞은 오보이는 패션 관련 인물과 제품 정보를 다루지만 모피나 가죽을 쓴 상품의 노출은 최대한 피한다. 공정무역과 친환경 방식의 생산을 추구하는 업체를 주로 알리며 광고와 판매 수익의 일부를 영세한 동물과 환경 보호 단체 지원에 쓴다.
“이야기는 재미있게, 메시지는 은은하게 담으려 노력한다. 어떤 자리에서든 동물과 환경의 소중함에 관해 대화할 때 일방적 강요나 설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강한 어조로 표현하면 오히려 반감만 불러일으키기 쉽다.”
‘오보이’ 지난 호 표지들. 동물과 환경이 처한 위기를 접한 경악의 감탄사(OhBoy!)를 제목으로 했다.
소녀시대, 2PM 등과 작업한 패션사진작가인 그가 동물과 환경 보호를 삶의 최우선 가치로 품게 된 건 11년 전부터다. 그림과 패션을 막연히 좋아하며 성장해 1997년 사진작가로 데뷔한 뒤 “세상이나 인생에 대해 심각한 고민 없이, 그저 남들만큼 돈 벌며 살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결혼 후 10년 동안 함께 지낸 반려견 먹물이와 밤식이의 죽음이 모든 것을 바꿨다. 2009년 먹물이를 화장하고 나서 김 편집장은 수개월을 넋 나간 듯한 상태로 지냈다. “가장 가까운 친구가 돼준 개들을 기억하기 위한 잡지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오보이를 기획한 뒤 그의 삶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았다. 유기견이었던 뭉치와 유부, 새끼 때 버려진 고양이 도로가 2013년부터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