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러시아인 등 대상 150만원씩 받고 허위서류 작성 브로커-고시원 업주 등 25명 적발 경찰, 무비자國 난민신청자 수사
돈을 받고 난민신청 서류를 허위로 꾸며준 카자흐스탄인 브로커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에게 난민신청을 한 현지인들과 허위 서류 작성에 가담한 한국인들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난민신청자를 모집해 돈을 받고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준 브로커 일당과 허위 난민신청자 등 25명을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범행을 주도한 카자흐스탄인 브로커 A 씨(28)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4∼9월 카자흐스탄인 동업자와 공모해 한국 입국을 앞뒀거나 체류 기간 만료가 다가온 외국인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난민신청을 하면 한국에 머물면서 일할 수 있다”고 꼬드겼다. 거짓 서류를 꾸며주는 대가로 1인당 수수료 100만∼150만 원을 받아 챙겼다.
한국인 고시원 업주 3명도 섭외했다. 수도권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A 씨에게 신청자 인적사항을 전달받아 이들이 고시원에 사는 것처럼 가짜 거주숙소확인서를 써줬다. 건당 약 10만 원씩 받았다고 한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직접 난민신청을 해본 적이 있다. 경험을 살리면 돈을 벌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브로커를 통해 난민신청을 한 이들은 카자흐스탄인 17명과 러시아인 4명, 우즈베키스탄인 1명이다. 대부분 비자 없이 들어와 일정 기간 머물 수 있는 ‘사증면제(B-1)’ 자격으로 입국했다. 몇몇은 입국 전부터 A 씨와 접촉해 허위 서류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경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현재 A 씨가 지니고 있던 명단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명단에 오른 이름이 적지 않다. 연루된 이들이 최대 100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허위 난민신청자가 한국과 사증면제 협정을 맺은 국가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2014년 협정을 체결한 뒤 난민신청이 가파르게 늘었다. 두 나라는 2015년만 해도 신청자가 수십 명이었으나, 지난해는 1위(2829명)와 2위(2236명)에 올랐을 정도다. 하지만 두 국가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경우는 1년에 단지 몇 명뿐이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