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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원 탄핵 심판 개시날에… 트럼프 다보스서 ‘자화자찬’ 연설

입력 | 2020-01-23 03:00:00

“아메리칸드림 어느때보다 강해… 다른 나라가 미국을 본보기 삼아야”
핵심 의제인 기후변화는 언급 안해
볼턴 증언, 공화당 반대로 부결




사위-딸 데리고 다보스에… 워싱턴은 상원 탄핵심판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위쪽 사진 가운데)이 장녀 이방카(오른쪽), 이방카의 남편이자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왼쪽)과 함께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같은 날 미국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 탄핵심판이 시작됐다. 상원 탄핵재판장으로 이동 중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아래쪽 사진 가운데). 다보스·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미국 경제가 전 세계의 모범”이라며 경제 성과를 자랑했다. 이날 미 상원이 탄핵 심판 일정을 개시함에 따라 국내외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성과를 부각해 11월 대선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트럼프 “미 경제 호조는 내 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는 미국이 경제 호황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선언한다. 단순한 호황이 아니라 세계가 일찍이 본 적도 없는 화려한 호황”이라며 “미국이 세계 어느 곳보다 투자와 사업을 하기 좋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몇 년간 이어진 경기 침체는 넘치는 경제적 기회에 자리를 내줬다”며 낮은 실업률, 주식시장 활황, 일자리 증가 등을 거론했다.

그는 아메리칸드림이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강하게 되돌아오고 있으며 중산층에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금, 무역, 규제, 에너지, 이민, 교육 등의 분야에서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미국의 삶을 증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다른 나라가 미국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는 완전히 재협상을 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주요 성과로 소개했다. 중국과의 1단계 무역협상 합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타결도 핵심 치적으로 내세웠다. 2017년 취임한 그는 2018년 다보스포럼에서도 자신이 대규모 감세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다보스포럼의 핵심 의제인 기후변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 겸 가스 생산국인데도 가장 깨끗한 물과 공기를 가진 나라라며 환경운동가들을 향해 “비관론만 퍼뜨린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올해 포럼의 현안인 ‘1조 그루의 나무 심기’에는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연설자로 나선 스웨덴의 17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나무를 심는 정도로 탄소 배출 경감과 생태계 복원을 이룰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 볼턴 전 보좌관 증인 무산

21일 미 상원은 야당 민주당이 주장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의 탄핵 심판 증인 소환을 53 대 47로 부결시켰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사퇴한 볼턴 전 보좌관을 증인으로 내세워 백악관 측에 타격을 안기려 했다. 하지만 상원 다수당인 집권 공화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

공화당은 현재 상원 100석 중 53석을 점유하고 있다. 민주당이 45석, 친(親)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이 2명이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국무부에 대한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자료 요청,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대한 이메일 요구 등의 안건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양당이 볼턴 전 보좌관의 증인 채택 여부로 거세게 충돌하자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양측 모두를 질책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하원 탄핵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변호인단 양쪽 모두 세계 최고의 심의기구에서 발언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달라. 당신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라”며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보이라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상원의 탄핵 심판은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아 주재한다. 하원 소추위원단은 검사, 상원 의원 전체가 배심원 자격으로 유무죄 판단을 내린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