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있는 곳에는 권한이 주어지고, 권한 뒤에는 부패 또는 이권이 뒤따르기 쉽다. 그 이권 중 하나가 퇴직 공무원의 감독 대상 민간 기업이나 산하기관, 관련 협회 재취업이다.
올 3월 열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주주총회에서 금융감독원 전직 국장 2명이 각각 감사로 재취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두 은행에 대해 금감원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이미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를 예고했고, 두 은행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감독기관 전직 간부가 피감기관의 감사 자리에 가는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다.
이미 KB국민, 신한, KEB하나, NH농협 등 4곳의 감사 자리를 금감원 출신이 차지하고 있어 우리은행마저 금감원 출신이 오게 되면 5대 시중은행 감사 자리를 모두 금감원 전직 간부가 꿰차게 된다. 감독-피감독 기관으로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의 규제 공생이 될 수 있다. 재취업 금지 기간인 퇴직 후 3년이 지나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국민 입장에서는 이래서야 철저한 감시 감독이 이뤄지겠느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 수가 늘면 반드시 이들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인 규제가 늘어나는 것은 일종의 필연이다. 2014년부터 5년 반 동안 환경부(18.9%), 고용노동부(13.4%) 등 이른바 규제 부처의 인력이 부쩍 늘었다. 같은 기간 환경부 895건을 비롯해 고용부(395건), 금융위(470건)의 규제 신설·강화 건수가 많았다.
늘어난 규제들 가운데서도 퇴직 공무원의 낙하산 통로용으로 만든 규제는 가장 질이 나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니, 네거티브 방식 도입이니 온갖 현란한 규제혁신 구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공무원 수를 줄이는 것만큼 확실한 규제혁신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