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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경보[횡설수설/이진영]

입력 | 2020-01-24 03:0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이 확산 일로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성도(省都)인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미국 1명을 포함해 6개국에서 확진 환자 641명이 발생했다. 이 중 사망자는 17명으로 모두 중국인이다. 한국도 인천공항에서 감염자로 의심돼 격리된 중국인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교통 요충지로 ‘중국의 배꼽’이라 불리는 인구 1100만 도시 우한은 23일 오전 10시부터 도시로 들어가고 나가는 모든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됐다. 중국 역사상 성도 봉쇄는 처음이다.

▷우한 폐렴의 숙주는 박쥐나 뱀으로 알려져 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박쥐와 사향고양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낙타였다. 우한 폐렴 발원지인 수산물시장에서는 온갖 야생동물이 불법으로 거래돼 왔는데 두 번째 사망자도 수산물시장 가게 주인이었다. 잠복기는 짧게는 2, 3일, 길면 10∼12일이다. 증세는 감기나 독감과 비슷하고 치료제나 백신은 없다. 감염자의 침이나 콧물로 전파되므로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땐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에 바이러스가 묻을 수 있으므로 한 번 쓰고는 버리는 것이 좋다.

▷홍콩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이 2003년 사스 때처럼 대유행할 조짐이 있다고 경고한다. 전염병 확산은 동물에서 인간→인간 간 전염→환자 가족과 의료진에 전염→대규모 발병 단계로 진행되는데 우한 폐렴은 마지막 단계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정보 통제와 뒷북 대응이 바이러스 확산을 가속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한은 봉쇄됐지만 이미 수백만 우한 시민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언론과 시민사회를 통제하고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다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우한 봉쇄 소식에 중국 주가지수가 폭락했다. 세계 경제가 입을 피해 규모도 2003년 사스 때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8.7%에서 올해는 20%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회복 기미를 보이던 한국 경제도 연초부터 악재를 만났다. 5년 전 메르스 때처럼 소비가 얼어붙어 성장률 반등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

▷오늘 시작되는 설 연휴가 1차 고비다. 이동이 많고 사람이 모여 감염 우려가 높지만 대다수 병원은 문을 닫는다. 중국인 관광객 14만 명도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은 24시간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고, 개인은 관련 정보에 귀를 열어둔 채 손 소독과 마스크 쓰기를 비롯한 전염병 예방행동수칙을 따라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