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시행 지침에 참여대학 23곳뿐… 혜택 못본 학생들 “상대적 박탈감”
“우리 학교는 왜 군(軍) 복무를 학점으로 인정하지 않는 거죠?”
최근 서울 A대의 익명제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지난해 3월 도입된 ‘군 복무 경험 학점인증제’가 무용지물이라는 푸념이다. 그는 “대학 자율에 맡겨 놓았기 때문에 학교는 ‘안 해줘도 그만’이라는 태도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제도는 국방부가 군 경험을 리더십 교육이나 봉사활동처럼 학점으로 인정해 주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2014년엔 군 복무자 전원에게 학점을 부여하는 정책이 추진됐지만 고졸자와의 형평성 문제로 반발에 부딪혔다. 2017년 11월 고등교육법 제23조가 개정되면서 군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해당 제보를 올린 학생은 “분명 국가를 위해 고생한 사람들을 위해 만든 제도인데, 학교에서 무시하는 게 슬프고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런 자잘한 문제가 모여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남성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유관 부처들은 팔짱을 낀 모습이다. 국방부 측은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일괄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며 “학사제도를 관리하는 교육부를 통해 대학의 참여를 독려할 뿐”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주무 부처는 국방부”라면서 “공문을 통해 제도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