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김기춘 3심 선고… 추상적 조항 논란에 방향 제시할듯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특정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해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81)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이달 말에 나온다. 현 정부 들어 진행된 적폐청산 수사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에 대한 사법부의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30일 오후 2시 특별기일을 잡고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한다고 23일 밝혔다. 2018년 1월 김 전 실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내려진 지 2년 만이다. 대법원은 2018년 2월 김 전 실장 사건을 소부인 2부에 배당했다가 같은 해 7월 전원합의체로 넘겼고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심리를 진행해왔다. 소부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거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 쟁점이 복잡한 사건 등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다. 전원합의체는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전원(13명)이 심리에 참여한다.
김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김 전 실장은 2심에서 공무원에 대한 사직 강요 혐의가 추가로 인정돼 형량이 징역 4년으로 높아졌다.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이 실제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점 등이 인정됐다. 구속기간 만료로 지난해 12월 풀려난 김 전 실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