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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최강욱 기소’ 3차례 지시… 이성윤 거부해 결국 차장 결재

입력 | 2020-01-24 03:00:00

[법무부-검찰 정면충돌]
崔비서관 기소까지 무슨 일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대학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최강욱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23일 기소된 배경엔 윤석열 검찰총장의 결단이 있었다.

윤 총장의 측근들이 대거 좌천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때 영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임 이후 수사팀으로부터 최 비서관의 기소에 대한 보고를 받고 열흘 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윤 총장은 22일 오후부터 23일 오전까지 기소를 머뭇거리던 이 지검장에게 3차례나 최 비서관의 기소를 지시했다. 윤 총장의 명령과 수사팀의 기소 요구에 이 지검장은 최 비서관의 기소를 사실상 방치했다.

청와대의 2018년 6·13지방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할 때도 윤 총장이 전면에 나서서 수사를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 윤 총장, 22일 첫 주례회동 이후 3차례 기소 지시

지난해 12월 31일 자녀의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엔 조 전 장관 아들이 최 비서관이 청와대 근무 직전 근무했던 로펌에서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는 수사 결과가 적혀 있었다. 재판에 넘겨지는 것이 당연시되던 최 비서관에 대한 기류가 갑자기 바뀐 것은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 지검장 등 현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검찰 수뇌부로 발령받았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 일가 비리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의 송경호 3차장검사와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는 이 지검장이 부임한 다음 날인 14일 업무보고를 통해 최 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윤 총장과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법무연수원장)이 협의했고, 승인을 받았다”고도 했다.

갈등은 열흘 가까이 흐른 22일에 증폭됐다. 최 비서관이 “전형적인 조작수사이고 비열한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검찰을 비판한 이날 오후 4시경 윤 총장은 집무실에서 이 지검장의 부임 뒤 첫 주례회동을 가졌다. 이 지검장이 윤 총장에게 “최 비서관을 불러서 조사한 뒤에 기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총장은 “즉시 기소”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오후 6시부터 송 차장검사와 고 부장검사를 불러 보고를 받았다. 이때 송 차장검사 등은 미리 써둔 공소장과 증거목록을 제시하며 다시 한 번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1시간 넘게 설득했고, 이 지검장은 수사팀에 “자료를 놓고 가라”고 했다. 이후 윤 총장이 밤늦게 기소를 하라고 다시 지시했지만 이 지검장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오후 10시 20분경 퇴근했다.

○ 인사 발표 30분 전 기소…이 지검장은 승인 거부

이튿날 아침 최 비서관이 기소되지 않은 것을 알게 된 윤 총장은 세 번째로 기소를 지시했다. 송 차장검사는 23일 오전 9시경 “총장 지시 사항의 이행 차원”이라며 이 지검장에게 기소를 승인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기소를 하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라 현재까지의 서면 조사만으로는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다” “본인 대면 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은 수사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끝까지 승인을 거부했다고 한다.

송 차장검사는 차장 전결로 최 비서관을 기소했다. 송 차장검사와 고 부장검사에 대한 좌천성 중간간부 인사가 발표되기 약 30분 전이었다. 만약 이 지검장이 명시적으로 기소를 반대했다면 송 차장검사 등은 검찰청법 제7조에 규정된 검사의 이의 제기권을 활용할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반대하지 않아 이의 제기를 하지는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의 결심까지 받은 사항을 기소하지 말라고 하는 위법 부당한 지시에 정당하게 기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윤 총장이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이 연루된 청와대의 지방선거 개입 사건 관련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도 윤 총장이 총장의 지휘권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신동진·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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