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세상은 이미 경자년(庚子年)을 맞이한 것처럼 시끌벅적하지만 경자년은 음력 개념에 가깝고 올해 음력 1월 1일은 양력으로 1월 25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1월 24일은 아직 기해년(己亥年)입니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이렇게 하늘을 뜻하는 천간(天干) 10개와 지지(地支) 12개를 조합해 그해 이름을 정합니다.
역시 또 다들 잘 아시는 것처럼 십이지에 따라 쥐 - 소 - 호랑이 - 토끼 - 용 - 뱀 - 말 - 양 - 원숭이 - 닭 - 개 - 돼지 순서로 띠를 결정합니다.
십이지 풍속화. 인터넷 캡처
아직은 기해년이니까 오늘 태어난 아이는 나중에 자기 띠를 말할 때 쥐띠가 아니라 돼지띠라고 말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면 1월 26일(음력 1월 2일)에 태어난 아이는 어떨까요?
당연히 돼지띠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띠는 음력 1월 1일이 아니라 입춘(立春)에 바뀌는 거니까요.
황도상 태양 위치와 절기. 기상청 홈페이지
올해 입춘은 2월 4일입니다. 따라서 1월 25일~2월 3일에 태어나는 아이는 음력 1월 1일 이후에 태어났지만, 사주명리학에서는 쥐띠가 아니라 돼지띠로 풀이합니다.
단, 어느 학문에나 소수파가 있게 마련이고 동지(冬至)에 띠가 바뀐다고 보는 역술가도 있습니다. 이 관점을 따르자면 지난해 12월 22일 태어난 아이부터 쥐띠입니다.
경자년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쥐띠 중에서도 흰 쥐띠라고 합니다. 이건 또 어떻게 정하는 걸까요?
‘음양오행설의 이해’. 위키피디아 공용
이때 등장하는 표현이 바로 음양오행(陰陽五行)입니다.
음양은 뭔지 아시죠? 오행은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다섯 행성 움직임을 뜻합니다. 고대 중국인은 이들 행성 움직임이 지구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습니다.
십간별 오행, 방향, 색깔
남쪽을 보고 서면 왼쪽(좌측)에 동쪽이 오고 오른쪽(우측)에 서쪽이 옵니다.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동쪽은 청색이고, 서쪽은 백색입니다. 풍수지리에서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를 따지는 이유 이제 아시겠죠?
지난해는 기해년이었고 기(己)가 노란색을 상징하기 때문에 황금 돼지띠가 된 겁니다. 다음번 쥐띠해는 임자년(任子年)인데 임(任)은 검은색을 뜻하기 때문에 검은 쥐띠해가 됩니다.
원칙적으로는 이렇지만 십이지는 아주 좋은 마케팅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해년(丁亥年)이던 2007년은 원래 붉은 돼지의 해였지만 세상은 그때도 황금 돼지의 해라고 떠들썩했습니다.
아마 다음 병오년(2026년)이나 정미년(2027년)에도 분명 황금 마케팅이 한창일 겁니다.
황규인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