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단한 골퍼’라고 부르며 관심을 보인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보다 작지만 더 까다로운 무역협상 상대’라며 한국과의 무역적자 문제에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4월 30일 트럼프 그룹이 소유한 워싱턴 트럼프 인터내셔널호텔에서 열린 기부자 만찬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던 도중 이를 언급했다고 25일(현지 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 대화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시점에 당시 장면을 촬영한 1시간 23분 분량의 영상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북한과의 일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정했고 날짜도 곧 발표할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 준비상황에 대해 귀띔했다. 이후 한 참석자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을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장소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대단한 골퍼라는 건 여러분이 알지 않느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대화에 동참한 참석자들도 “그(김 위원장)는 잭 니클라우스를 초보처럼 보이게 할 것”,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골프를 치면 18개 홀마다 모두 ‘홀인원’으로 점수가 난다”, “그런 (김 위원장의) 아버지 아니면 할아버지 아니었느냐”는 등의 농담을 이어가며 파안대소했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국가 정상들과 골프 라운딩으로 친분을 다져왔지만, 김 위원장이 북한에서 골프를 치는지 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김 위원장의 골프 실력에 대한 그의 발언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북한의 우상화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관련해서는 무역적자 문제를 테이블에 올렸다. 만찬 도중 중국산을 비롯한 수입산 철강 관세와 대중 무역적자 등이 화제에 오르자 “우리는 한국에서 320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며 “한국은 가장 까다로운 협상 상대 중 하나이며, 중국보다 작을 뿐 더 까다롭다”고 말했다. 한미 간 무역적자를 놓고 “말도 안 된다(crazy)”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가 도대체 어쩌다가 한국에 개입하게 된 것이냐”며 “우리가 어떻게 한국전쟁에 결국 참여하게 됐는지 설명해달라”고 물었다.
이 자리에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중국, 세계무역기구(WTO), 유럽연합(EU) 등도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 “부시 때문에 우리가 전쟁과 중동에 끌려들어가 7조 달러를 쓰고 있다. 멋진 사례다”고 비꼬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우리를 수년간 벗겨 먹었는데 우리는 중국에 2조를 빚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WTO는 더 나쁘다. 중국이 WTO 가입 전에는 이렇게 대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자리를 함께 한 참석자들은 맞장구를 치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등의 추임새로 호응했다.
이런 ‘뒷담화’ 녹취록은 우크라이나 출신 사업가 레프 파르나스의 변호인이 최근 영상을 공개하면서 알려지게 된 것.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의 지인이자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된 파르나스 측은 “파르나스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이너서클’에 접근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이 영상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