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원스토어 웹소설 PD
비밀에 대한 상상력의 한계인지 대부분이 ‘기 승 전 불륜’이긴 하지만, 휴대전화 하나만 털려도 드라마에서 ‘호러’로 급격한 장르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은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그들이’ 지은 죄가 많은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서사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하지만 사소할지언정 당장 비밀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덕분에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즈음이면 나 아닌 모두가 의심스럽다. 휴대전화 전원을 켜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연인의 얼굴을 살핀다. 설마, 너도?
하루가 다르게 퍼지는 특정 연예인의 메시지 내용을 보며 왜인지 이 영화가 떠올랐다. 그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강제 휴대전화 게임에 투입된 셈이다. ‘우리끼리’의 대화였을 테지만 적절치 않았고,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전 국민이 함께 그의 휴대전화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메시지는 하루가 다르게 퍼져 나가며 또 다른 가십을 생산하고, 대중은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주변의 누군가에게 완벽한 타인이었을 그는 이제와 대중에게 나쁜 가해자가 되었다.
여자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그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메시지의 내용에만 초점을 맞춘 여론이 어딘지 본질을 벗어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내용에 대한 가치판단과는 별개로 개인정보 유출 자체에 대한 윤리의식 내지는 경각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특정 사안에서는 가해자인, ‘나쁜 피해자’일지언정, 그 역시 피해자다. 피해자로서의 연민, 가해자로서의 환멸, 둘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지는 물론 개인의 선택일 것. 하지만 그 평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스스로 가십의 ‘소비자’로만 남는다면, 그에 부응하는 제2, 제3의 사건이 생산될 것이다. 화살을 받아야 할 쪽은 분명 저 너머에도 있다.
정말 무서운 것은, 이 ‘해킹 협박’ 비즈니스(?)가 연예인들을 시작으로 정착되면 충분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까지 대중화(?)돼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과연 이 강제 휴대전화 게임으로부터 안전할까. 하다못해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사진 한 장이라도 있지 않았던가. 그 경중은 다를지라도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고, 나도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김지영 원스토어 웹소설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