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신종폐렴 확산 비상]국내 확진자 4명으로 늘어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출입구에 방문객의 발열 여부를 감지하는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이날 환자나
보호자를 제외하고 병문안 등을 위한 일반 방문객의 출입은 통제됐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우려가 현실이 됐다. 아무 증상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환자들이 공항 검역을 통과해 입국했다. 환자들은 ‘이상 증세’가 나타난 뒤에도 곧바로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평소와 큰 차이 없이 생활했다. 환자 한 명이 동네 병원을 찾았지만 보건당국 신고는 없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초기처럼 지역 의료기관과의 공조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아직 의심 증세를 보이는 접촉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무증상 감염자’ 잇달아 확진 3, 4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54세 한국인 남성(3번 환자)과 55세 한국인 남성(4번 환자)은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입국 당시 이들은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아 공항 검역을 통과했다. 잠복기의 ‘무증상 감염자’에게 현 검역 방식은 무용지물인 셈이다.
우한(武漢)시 거주자인 3번 환자는 설 명절을 맞아 가족을 만나러 한국을 찾았다. 입국 다음 날 서울 강남구 호텔뉴브에 투숙했다. 이어 22일 렌터카를 이용해 지인과 함께 강남에 있는 글로비성형외과를 방문했다. 열과 오한 증세가 나타난 건 이날. 그러나 3번 환자는 해열제만 복용한 채 진찰을 받지 않았다. 23일에는 한강으로 산책을 가고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일대 식당도 이용했다. 24일에는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음식점과 카페를 찾은 뒤 근처 어머니 자택으로 이동해 다음 날까지 머물렀다.
3번 환자는 25일 기침과 가래 증상이 심해지자 질본 콜센터(1339)에 자진 신고했고, 같은 날 명지병원에 격리됐다. 입국 다음 날부터 나흘 동안 서울과 경기 지역을 돌아다닌 것이다. 27일 현재 3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74명. 아직 폐렴 감염이 확인된 환자는 없다. 보건당국은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3번 환자가 방문한 주요 장소의 정보를 공개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위기경보가 ‘주의’ 이상일 때 환자가 장시간 체류한 장소의 실명을 공개할 수 있다.
잠복기 전염 가능성에 대해 한국 보건당국은 일단 신중한 모습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메르스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례를 볼 때 잠복기에는 전염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중국 측에 자세한 판단 근거를 요청해 과학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의료기관 신고 없었다 4번 환자는 감기 증세로 2차례나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이달 5일 관광 목적으로 우한에 갔다가 20일 귀국했다. 입국 다음 날 감기 증세로 경기 평택시에 있는 한 의원을 찾았고 다른 환자들과 같이 진료를 받았다. 당시 그는 병원에 중국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나흘 뒤인 25일 3번 환자는 38도의 고열과 근육통을 호소하며 같은 의원을 다시 찾았다. 해당 의원은 이날에야 보건당국에 폐렴 의심 사실을 신고했다. 4번 환자는 26일 지역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유증상자(우한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로 분류됐다. 그리고 당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됐다. 입국일로부터 6일이 지나서야 격리가 이뤄진 것이다.
질본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우한 폐렴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방문할 경우 관할 보건소나 질본에 신고해야 한다. 4번 환자의 우한 방문 사실은 개별 병원 전산망과 연결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이미 등록돼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우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할 경우 접수나 문진, 처방 단계에서 DUR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DUR를 통해 명단이 통보된 건 확인했는데 해당 병원이 이를 어떻게 확인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3번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지역사회에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온라인 카페에는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