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공단 ‘직업개발 사업’ 눈길 발달장애인 일자리 ‘휠마스터’ 망가진 휠체어 세척-수리 업무로 문턱 높은 의료기관 취업에 성공 바리스타-청각장애 택시 운전사 등 장애 유형별 특화된 직무발굴 활발
21일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박인철 씨가 휠체어를 수리하고 있다. 고양=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 분해 조립에 흥미를 느끼고 이를 곧잘 하던 박 씨였다. 자신의 손재주를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휠마스터로 취업을 결심했다. 그는 “공단에서 많은 도움을 줘서 직업훈련도 받고 취업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직무개발로 장애인 채용 길 열어
휠마스터는 2017년 공단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무영역으로 새롭게 개발한 일자리다. 의료 산업계에서 장애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도 맡길 일이 없다며 호소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의료계는 장애인 고용률이 떨어지는 분야다.
발달장애인들이 휠마스터 교육을 받는 모습. 경기북부장애인가족지원센터 제공
2017년 발달장애인 2명이 서울대병원에 첫 휠마스터로 취업했다. 이후 박 씨를 비롯해 휠마스터 취업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장애인 근로자는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게 되었고, 병원은 장애인 고용 의무를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휠마스터 외에도 공단은 직업영역 개발 사업을 통해 장애 유형별 특성에 적합한 직무를 개발해 왔다. 장애인과 산업체의 특성을 각각 파악해 이를 매칭한 것이다.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취업에 성공한 ‘바리스타’ 직무도 2012년 공단이 개발했다. 공단은 1994년부터 약 100개에 달하는 각종 장애인 직무를 발굴했다. 개별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장애인 직무 개발이 필요하다면 공단이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방진복 특수세정원’,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도시 양봉가’,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고요한 택시 운전원’ 등 11개의 새로운 장애인 직무가 탄생했다. 이들 직무에 취업한 장애인들은 90여 명이다.
○ 장애인 채용하면 편의시설도 지원
만약 기업이 중증 장애인을 고용하면 장애인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훈련비 명목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시 중증 장애인보다 경증 장애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 데 따른 조치다. 중증 장애인 훈련 기간에는 직무 지도원을 배치해 직장 내 기본 규칙과 작업도구 사용법, 교통수단 이용법, 대인관계 등에 대한 폭넓은 학습을 지원한다.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초과해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한다면 고용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50인 이상 민간 기업의 경우 전체 고용 인원의 3.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50인 이상 공공기관은 3.4%로 규정돼 있다. 장려금은 장애인 근로자의 중증도와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는 30만∼80만 원 수준인데 경증 남성 장애인을 고용하면 1인당 30만 원, 중증 여성 장애인을 고용하면 80만 원의 장려금이 지급된다.
조종란 공단 이사장은 “장애인 근로자에게 맡길 만한 직무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채용을 회피하는 기업이 많다”며 “하지만 공단 제도를 활용해 얼마든지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직무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