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환경을 위한 졸업유산법’
필리핀은 지형적 특성과 난개발로 인한 산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2014년 필리핀 톨루사 지역에서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복구하는 모습. 뉴스1
필리핀은 무분별한 삼림 훼손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특히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가 많습니다. 2018년 9월 19일 벵게트주 유캅 마을에서 태풍 ‘망쿳’으로 8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실종됐습니다. 2006년 2월 17일 레이테주에서는 열흘간 호우와 지진이 겹쳐 1126명이 사망했습니다.
필리핀은 열대우림 지역인데 왜 삼림이 파괴되어 산사태가 발생할까요? 필리핀은 오랫동안 식민지 시대를 겪었습니다. 1565년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기 시작해 1898∼1902년에는 미국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독립 이후에도 식민 시대의 피해는 남아 있습니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것이 대규모 플랜테이션입니다. 스페인은 18세기 말 설탕과 담배 등 환금작물을 장려하고 사탕수수, 코코넛, 차, 고무, 바나나 등 열대작물 위주로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 체제를 구축합니다. 이 수익금으로 식민지 경영의 자금을 모았습니다.
이런 계급구조는 독립 후에도 지속되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지주제를 폐지하고 자작농을 확립하려고 토지개혁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지주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여러 단체를 만들어 의회에 압력을 가했습니다. 토지개혁은 지금까지 지주-소작농의 고리를 끊지 못한 채 미완성입니다.
필리핀은 과거 삼림 면적이 국토의 70%에 이르렀으나, 식민지 시절 대규모 플랜테이션과 일본 기업들의 무지막지한 벌채로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20% 수준까지 줄었다가 최근 점점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부정부패로 인한 무분별한 난개발이 산사태를 만들고 있습니다. 1999년 8월 2일 체리힐 주택단지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필리핀의 지형 특성을 무시한 난개발 때문이었습니다. 체리힐 주택단지는 50m 고도의 구릉지대를 절개해 조성했습니다. 1991년에 완성했으나 위법 사항이 많아서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1994년에 환경부의 특혜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신생대 화산성 퇴적층인 이 지역은 수평층의 지질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주로 남북 방향으로 절리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지층이 점토, 실트로 이뤄져 잘 굳어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배수로를 파놓으면 물이 구덩이에 고이고 암석 틈 사이로 들어가 풍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폭우가 올 때 토질층이 유출되면서 주택들이 무너집니다.
필리핀은 필리핀 해구와 동중국해로부터 횡압력을 받으면 지진, 화산 등 지각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개발 시 지질구조를 잘 진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부정부패로 인한 인재까지 더해져 불상사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필리핀보다 환경교육진흥법을 먼저 만들었지만 필리핀처럼 강력하게 실행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 미세먼지 등 환경 악화와 그레타 툰베리를 통해 관심이 커지고 있는 기후변화 관련 시위 등을 계기로 환경교육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환경교육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절박한 필요에 의해 환경교육이 실시될 때는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 환경교육은 더 강력하게 실행되어야 합니다.
이수종 서울 신연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