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리안, 11년만에 ‘해상용 안테나’ 최강된 비결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창업 멤버들이 2016년 10월 18일 코스닥 상장을 기념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강현욱 상무, 엄광식 전무, 차승현 전무, 차종환 상무, 손민선 상무. 인텔리안 제공
위성통신망을 이용하며 소형 해상용 안테나로 쓰이는 VSAT(Very Small Aperture Terminal·초소형지구국)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과거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과 빠른 속도로 해상 통신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선박에 가장 많이 설치된 안테나가 바로 국내 업체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인텔리안)가 개발, 제작한 제품이다. 글로벌 시장의 27.1%를 차지해 글로벌 해상용 VSAT 안테나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연매출은 약 1200억 원 규모다. 이 중 해외 매출 비중이 약 95%에 달한다.
해상을 정복한 인텔리안은 이제 육지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9년 5월부터 4조 원 규모의 ‘원웹(One Web)’ 프로젝트에 파트너사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소프트뱅크, 에어버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원웹 프로젝트는 지형적 특성, 경제적 제약 때문에 통신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인터넷 사각지대’에 소형 안테나만 간단히 설치해도 롱텀에볼루션(LTE)급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인텔리안은 2019년 12월, 이미 261억 원에 달하는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인텔리안은 어떻게 VSAT 불모지인 한국에서 시작해 불과 10여 년 만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월 15일자(289호)에 소개된 케이스스터디를 요약해 소개한다.
정보기술(IT) 컨설팅 사업으로 성공한 성상엽 인텔리안 대표는 차기 사업 아이템을 물색하고 있었다. 이때 성 대표의 고등학교 동창 차승현 전무가 찾아와 자신이 개발하던 TV 수신용 선박 안테나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성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할 수 있고, 원천기술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2004년 차 전무 및 그가 이끄는 연구팀과 함께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텔리안이 레이머린과 함께 개발한 해상 TV 수신 전용 안테나 i4. 인텔리안 제공
곧바로 양사 간의 협업이 시작됐지만,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1년간 우여곡절이 이어졌다. 레이머린 측이 인텔리안이 개발한 제품의 품질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레이머린 연구진은 차 전무 팀을 지원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견줄 만한 제품을 완성해 나갔다. 레이머린 브랜드를 장착한 인텔리안의 TV수신용 안테나에 대한 시장 반응은 생각보다 빨랐다. 2006년 수출 100만 달러, 이듬해에는 그의 5배인 500만 달러를 달성하면서 글로벌 시장 내 기존 업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 선제적 기술개발 통한 신뢰 구축
인텔리안이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고객 지원이었다. 제품 사후관리와 기술 지원 등 기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제공하지 않았던 고객 서비스를 적극 강화했다. 인텔리안의 빠른 성장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조직 기반을 이처럼 사업 초기부터 구축한 덕분이다. 현재 인텔리안 인력 중 약 25%(약 100명)가 외국인이며 네덜란드, 영국, 싱가포르 등 7개국 14개 도시에서 고객 요구사항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또한 인텔리안은 선제적으로 기술 개발에 성공해 시장 내 입지를 다졌다. 통신사업자들이 최근 고주파수인 20∼30GHz 대역의 Ka밴드 통신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포착해 고객사의 요청과 관계없이 자발적으로 제품 기술을 선도해나갔다. 특히 기존 주파수인 Ku밴드(200MHz)와 Ka밴드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안테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인마샛의 주요 협력사로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인텔리안은 2015년 회사 창업 11년 만에 위성통신 안테나 시장을 선도하는 1등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