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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감성팔이 민낯 드러낸 총선 인재 영입 쇼

입력 | 2020-01-29 00:00:00


더불어민주당 2호 영입인사였던 원종건 씨가 자신의 과거 ‘미투’ 의혹이 논란이 되자 영입인재 자격을 어제 반납했다. 원 씨의 옛 여자친구가 인터넷에서 데이트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지 하루 만이다. 원 씨가 폭로 내용을 부인하고 있어 사실관계는 따져봐야 하지만 집권 여당이 영입인재에 대한 최소한의 평판 조회나 검증도 제대로 못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원 씨가 여당의 영입인재로 선정된 계기는 10여 년 전 방송에서 시각장애인 모친을 둔 ‘효자 소년’으로 주목받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영입인사 중 유일한 20대 남성인 점도 여당의 20대 청년층 공략 의도와 부합했다. 그래서 이해찬 대표는 원 씨를 ‘민주당의 미래’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의혹은 민주당이 영입 발표에 앞서 면밀히 탐문했더라면 파악할 수 있었을 내용이었다. 자유한국당도 1호 영입인사로 박찬주 전 육군참모총장을 검토했다가 논란에 휩싸여 철회한 바 있다. 한국당 공약개발단 위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등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 행적이 드러나 뒤늦게 해촉되기도 했다.

여야의 인재 영입이 예능 프로그램 같은 이미지와 감성팔이 쇼로 변질된다면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새 피 수혈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이 1996년 15대 총선 때다. 당시 엄격한 검증을 거쳐 영입된 여야의 인재들은 지속적인 자기계발과 치열한 경쟁을 거쳐 정치권의 중진으로 성장했다. 이런 노력 없이 선거철만 되면 ‘떴다방’처럼 벌이는 이벤트성 인재 영입으로는 정치권의 체질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정당 스스로 쇄신하고 혁신하면서 인재 역량을 키우고 외연을 넓혀 나가야 한다. 반짝 인기에만 영합하는 인재 영입은 겉포장만 바꾸는 미봉책일 뿐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