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집’의 뚝배기도가니탕.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예를 들자면, 간이 나쁠 경우 동물의 간을 집중적으로 섭취하고, 소화기능을 도우려면 소의 위 근육을, 무릎이 시원치 않은 사람은 동물의 도가니, 즉 무릎뼈와 그에 붙은 고기를 먹어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서양 의학 쪽에서 어찌 판단할지는 요령부득입니다. 하지만 논리와 과학을 떠나 몸에 좋다고 하면 뭔들 못 먹겠습니까? 저도 최근에 다리 관절들이 매우 불편해 수술을 받았는데, 빠른 회복을 위해 도가니탕을 찾게 됨은 인지상정이겠지요.
예전에 인기 절정이었던 먹거리 프로그램에서 전국 대다수 식당의 도가니탕은 ‘착하지 않다’고 하는 바람에 난리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진짜 도가니를 사용하는 식당이 거의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도가니탕에 넣는 소의 무릎뼈(도가니)는 소 뒷다리 부위 두 군데에서 나옵니다. 도가니살은 뒷다리 위쪽 무릎뼈에서 시작해 넓적다리뼈를 감싸고 있는 근육으로 지방은 거의 없고 연골인 물렁뼈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뼈와 살까지 포함하면 한 마리당 10kg 정도 나온다고 하니 그리 귀하지도 또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양입니다. 그런데 탕에 힘줄(일본어 ‘스지’)을 첨가하면 착하지 않다는 기준은 저로서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평소에 저는 미시적 음식평론가는 절대 못 되고, 얼렁뚱땅 거시적 평론가라 자처하는 까닭에 음식은 맛있으면 되고 도가니탕 특유의 걸쭉함과 고소함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두 번째 의미는 ‘흥분의 도가니’나 ‘감격의 도가니’처럼 관용어구로 많이 쓰입니다. 그런데 소설 ‘도가니’와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도가니’는 흥분이나 기쁨이 아니라 아비규환이나 아수라장 같은 의미여서 단어의 용례가 맞게 쓰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퇴원하고, 수원에서 도가니탕으로 한 획을 그은 식당을 점심시간에 찾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명불허전의 맛이긴 한데, 반주로 소주 한잔이 무척 생각납니다. 옆자리 네 분은 벌써 ‘각 일 병’을 끝내고 추가할 기세로군요. 저러다 넘어져서 대낮에 도가니가 깨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야말로 도가니를 위해 먹으러 갔다가 당하는 ‘도가니의 역설’이군요.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아리랑집=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권로 185 권선11번가시장 217호. 뚝배기도가니탕 1만9000원, 도가니전골(중) 5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