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띠동갑 센터’ 양효진-이다현
현대건설의 신인 이다현(오른쪽)에게 국가대표 센터 양효진은 우상이다. 양효진은 “다현이는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공격과 블로킹에서 모두 장점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다현은 자신 앞에 놓인 계단을 올라 양효진 같은 선수가 되길 꿈꾸고 있다. 용인=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의 신인 이다현(19)은 요새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되면서 학창 시절부터 롤모델이었던 국가대표 센터 양효진(31)과 같은 유니폼을 입게 돼서다.
최근 경기 용인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만난 이다현은 “언니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 자체로 배구 인생에 플러스가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띠동갑 후배의 찬사에 양효진도 “다현이는 정말 배구만 생각한다. 조금만 다듬으면 몇 년 안에 V리그를 대표하는 센터로 성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팀원들의 배려 속에 두 선수는 식사 때마다 같은 테이블에 앉는다.
이다현이 꿈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또 있다. 전체 6라운드 중 4라운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다현은 신인상 1순위로 꼽힌다. 28일 현재 18경기 54세트에 출전해 신인으로선 가장 많은 59득점을 기록 중이다. 임팩트도 강했다. 27일 선두 싸움 중인 현대건설(1위)과 흥국생명(2위)의 경기에서는 5세트 22-22 듀스에서 결정적인 블로킹을 해내기도 했다. 경기 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큰 역할을 해냈다”고 칭찬했다.
이다현은 “개막 전에는 코트를 한 번이라도 밟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는 신인상 욕심이 생긴다. 꿈은 크게 꿀수록 좋다고 했다. 인생에 한 번뿐인 기회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상은 한국 최고의 센터 양효진도 받지 못했던 상이다.
○ “라바리니 감독 서브-블로킹 사인 매번 지시”
두 번째는 올림픽 메달이다. 양효진은 “처음 나간 런던 올림픽이 설렘이었다면 리우 올림픽은 아쉬움이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도쿄에서는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지난해 9월) 월드컵 때부터 짜임새가 좋아져 본선에서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에 대해서는 “매번 서브와 블로킹 사인을 따로 지시할 정도로 전략적으로 디테일한 지도자”라고 설명했다. 한국어 발음이 서툰 라바리니 감독은 양효진을 ‘지니’라고 부른다. 양효진이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한국 여자배구의 메달 꿈을 이뤄줄 수 있을까.
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