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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전규’→‘희생왕’… 욕먹고 더 큰 김종규

입력 | 2020-01-29 03:00:00

KBL 연봉왕이지만 득점욕심 접고 리바운드-블록 등 궂은일 떠맡아




“(김)종규가 희생을 많이 하죠.”

프로농구 DB 가드 두경민(29)은 최근 팀 상승세의 비결로 동료이자 경희대 동기인 센터 김종규(29·207cm·사진)의 헌신을 꼽았다. DB는 27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88-69로 승리하며 8연승을 달렸다. 이번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운 DB는 선두 KGC에 0.5경기 차 뒤진 2위로 도약했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달 초 상무 전역 후 6경기에서 평균 16.5점을 몰아 넣는 화려한 활약을 펼친 두경민을 칭찬하고 있다. 그렇지만 두경민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해주는 김종규를 치켜세웠다.

프로농구 ‘연봉 킹’(12억7900만 원)인 김종규는 팀 내 득점은 두경민(16.5점), 허웅(14.3점), 오누아쿠(14.3점)에 이어 4위(13.6점)다. 하지만 리바운드와 상대 외국인 선수 수비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번 시즌 김종규는 경기당 리바운드 6.3개로 국내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리바운드를 잡았다. 블록슛은 0.9개로 국내 선수 1위다. 김종규, 오누아쿠(206cm), 윤호영(197cm) 등 ‘DB산성’이 골밑을 지키는 DB는 팀 리바운드 1위(38.9개)를 달리고 있다. 김종규는 “득점을 더 하고 싶은 욕심이 나긴 한다. 그래도 내가 골밑에서 해줘야 할 역할이 있지 않나. (두)경민이가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 동료들이 알아주는 게 큰 힘이 된다”며 웃었다.

DB ‘레전드 센터’ 출신 김주성 코치의 개인지도로 골밑 기술이 한층 좋아졌다는 평가다. 김종규는 지난 시즌(30분 17초)에 비해 출전 시간이 28분 19초로 2분가량 줄었는데도 평균 득점은 2점 가까이 늘었다(11.8점→13.6점). 김 코치는 “(김)종규와 종종 일대일로 훈련을 한다. 시즌 초반보다 골밑에서 훨씬 침착하게 자기 공격을 해주고 있다. 초반에 부담감을 갖고 조급해하던 모습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김종규는 “코치님이 전설은 전설이다(웃음). 선수 입장에서 잘 안 풀릴 때 마음을 정말 잘 아시는 것 같다. 너무 많은 걸 주입하기보다 저 스스로 이겨내게끔 도와주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거액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으며 LG에서 DB로 이적한 김종규는 시즌 초반 기대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아 질타를 받았다. 이적 과정에서 탬퍼링(FA 선수와 사전 접촉하는 행위)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김종규는 시즌 초반 페이크 파울 논란까지 겹쳐 다사다난한 전반기를 치렀다. 상대 선수와 접촉이 없었는데도 감전 당하듯 크게 넘어진 장면이 문제가 돼 ‘감전규’, ‘피카추’ 등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19일 올스타전에서는 피카추 복장을 입고 등장해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전반기에 이래저래 일이 많았다. 내 잘못이 크다. 팬들이 관심이 있기 때문에 질타도 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후반기에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