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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나온 평택, 31일까지 어린이집 임시휴원

입력 | 2020-01-29 03:0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28일 경기 평택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마스크를 쓴 채 입구에 휴원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우한 폐렴 4번째 확진자가 나온 평택시에서는 28일부터 31일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임시 휴원한다. 평택=뉴시스

28일 서울 중구의 한 어린이집. 걸어서 10분 거리에 주한 중국대사관이 있다. 등원시간이 지났지만 이날 어린이집 신발장에는 빈 자리가 많았다. 원아 93명 중 32명이 등원하지 않은 것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중국인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데 휴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과 관련해 정부는 일괄적인 개학 연기나 휴업 조치는 내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부터 차례로 개학을 맞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 ‘자체 휴교’ 택한 학부모들

면역력이 약한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중 일부는 ‘사람 많은 곳에 안 가는 게 상책’이라며 아예 자녀를 결석시켰다. 앞서 교육부는 ‘중국 후베이(湖北)성을 방문한 학생은 증상이 없어도 귀국일 기준 14일간 자가격리 조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중국 내 다른 지역 방문자나 일반 학생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이 때문에 교육 당국의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보고 자체 휴교를 선택하는 학부모가 꽤 있었다.

이날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은 서울 강남구의 학부모 A 씨는 “유난 떠는 엄마로 보일까 걱정이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6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워킹맘 B 씨는 회사에 급하게 휴가를 신청하고 집에서 아이를 돌봤다. B 씨는 “유치원에서는 정상 등원해도 된다고 하는데 마음이 불편해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다. 이번 주까지는 시댁에 아이를 맡길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도 손 소독제와 알코올솜 등을 쥐여 보냈다.

입시와 직결된 고교생들은 학교나 학원을 빠지기가 어렵다며 사태가 장기화할지 걱정하고 있다. 한 예비 고3 학부모는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라서 계속 안 보낼 수도 없다”며 “아이가 학원을 마치면 독서실이나 카페에서 공부하는데 당분간 집으로 바로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치원이나 학교와 달리 어린이집은 전염 우려 때문에 가지 않아도 결석 처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은 한 달에 11일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정부의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는 학부모를 위해 결석으로 산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 ‘메르스 트라우마’에 빠진 평택

4번 환자가 살고 있는 경기 평택시에서는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택은 5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진원지’다. 평택시와 평택교육지원청은 어린이집 423곳(1만5397명)과 유치원 108곳(7436명)에 대해 28∼31일 임시 휴원령을 내렸다. 다만 당장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맞벌이, 한부모, 조손가정 등은 등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평택의 A어린이집에는 이날 40명 정원에 단 한 명만 등원했다. 원장은 “개원 이후 한 명이 등원한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유치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평택의 B유치원은 정원이 285명인데 맞벌이 가정 자녀 10명만 등원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평택은 5년 전 메르스로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고, 평택항이 있는 서부지역은 중국을 자주 다니는 여행객이나 무역상들이 많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3번 환자가 체류했던 경기 고양시 일산 일대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이날 원아들이 상당수 등원하지 않았다. 일산 C어린이집 원장은 “중국인 재원생이 1명 있는데 다른 학부모들이 그 친구의 등원 여부를 묻는 전화가 많이 왔다”고 말했다.

○ 여행·관광업계에 치명타


우한 폐렴은 관광 산업에도 타격을 미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인 24일부터 27일까지 중국 관광객 1만4000여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방문객수는 8800여 명으로 38.2% 줄었다. 중국이 24일부터 개별 및 단체여행을 중단하면서 관광객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의 방문을 금지하는 음식점도 생겨났다. 제주시의 한 카페는 2월 15일까지 중국인은 입장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중국어, 한글 등으로 써서 입구에 붙이기도 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 / 평택=이경진 / 제주=임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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