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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이오 강국 되려면 정부 부처가 진정한 ‘원팀’ 이뤄야

입력 | 2020-01-30 03:00:00


고서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

옛 인디언 속담 중에 “외나무가 되려거든 혼자 서고,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 라는 말이 있다. 서로 다른 집단이 힘을 합쳐야만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속담이 전하는 메시지는 첨단기술 시대의 핵심 중 하나인 바이오 분야 기술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기초 연구부터 제품화까지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바이오 분야 협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부처 간 협력을 촉진시키기 위해 2011년부터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사업단을 운영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연구성과의 사업화까지 전주기적 지원을 제공해왔다. 이는 신약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이 분절적으로 이뤄진다는 연구현장의 비판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범부처 사업단의 성공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많았다. 신약개발은 각 부처별로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사업단 착수 10년차인 지금, 우리는 지난 우려가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업단은 지금까지 건당 계약액 200억 원 이상의 글로벌 기술 이전을 15건 달성했으며, 국내외 식약처 판매 허가를 받은 신약을 만들었다. 국내 기술로 독자개발해 작년 말 미국 식품의약국의 판매 승인을 받은 국내 기업의 뇌전증 치료제 또한 사업단의 지원을 받았다. 이 치료제는 올해부터 판매가 시작되며, 6∼7년 뒤부터는 연매출 1조 원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그간 부처별 단절된 지원을 벗어나 개발단계 전체에 꾸준한 지원을 펼친 점이다. 원천연구 결과에 따른 후보물질이 임상 및 산업화로 잘 연계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부처별로 지원영역 구분 없이 투자가 진행됐다. 두 번째로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 점을 들 수 있다. 사업단은 과제 선정 평가 시 성공 가능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투자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좋은 과제를 선정할 수 있는 평가 체계를 구축했다. 세 번째로 신약 개발 전반에 필요한 정보를 축적해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생산되는 지원 과제별 성공 및 실패요인 분석자료, 기술 이전 노하우, 분야별 전문가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 유무형 자산의 추적 및 활용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시도는 여러 부처가 공동으로 사업을 운영해 상호간 활발히 교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진행 중인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사업은 올해 종료되지만, 10년간의 경험과 성과를 이어가고자 범부처가 협동하는 후속 신약사업이 기획되고 있다. 또 타 바이오 분야도 신약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여러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사업 추진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작년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올해부터 사업에 착수하는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과 치매극복 연구개발사업은 유사한 형태의 범부처 사업단을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는 서로 다른 기술 및 분야가 융합해 신산업, 신기술이 창출되는 융합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바이오 분야는 융합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분야 중 하나다. 생명 현상의 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 빅데이터가 활용되고 있으며,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각각 전문 영역이 있는 부처간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융합의 시대에 성과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려면 과기정통부, 복지부, 산업부, 식약처 등 관계부처는 진정한 ‘원팀’을 이뤄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바이오 분야의 울창하고 푸른 숲이 조성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고서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