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회공헌 사업도 다함께] <下> 나눔 앞장서는 사회적 기업들
비타민 한 통이 판매될 때마다 소외계층에게 비타민을 기부하는 사회적기업 비타민엔젤스의 김바울 대표는 최근 고객으로부터 한 통의 e메일을 받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더 많은 사람에게 비타민을 기부하자’는 회사 설립 목적에 공감해주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29일 “운영비가 부족해 홍보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착한 소비에 동참하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문제 해결 네트워크인 행복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는 비타민엔젤스는 기부를 위해 태어난 회사다. 창업자인 염창환 박사(의사)는 2005년 학회 참석차 방문한 아프리카에서 “비타민A가 부족한 아이들이 실명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비타민 기부를 시작했고, 2013년 더 많은 아이에게 비타민을 전달하기 위해 아예 회사를 차렸다. 김 대표는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기부해도 100명 이상은 어려운데,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생각으로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 착한 소비 이끄는 행복얼라이언스 참여 기업
착한 고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비타민엔젤스는 지난해 총 매출 약 19억 원을 기록하며 2018년 대비 매출이 30% 성장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인 약 10억 원의 비타민은 어김없이 소외계층에게 전달됐다. 김 대표는 “행복얼라이언스와 함께하면서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지고, 도움을 주는 기업들도 나타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얼라이언스에는 이처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10개 사회적기업이 속해 있다. 이들 상당수는 외부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영세하지만 더 어려운 계층을 돕기 위해 기부 연계 상품을 기획하며 착한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발달장애인 사원들이 운영하는 동구밭은 천연비누 등 상품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따로 떼어 적립하는 ‘비율형 기부 연계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어스맨은 ‘공정무역 건과일 4종 세트’, 초등용 심리그림책을 만드는 마노컴퍼니는 ‘듀얼스토리북’ 등을 기부 연계 상품으로 기획해 호응을 얻고 있다.
사회적기업들의 기부 활동은 중견기업들에도 자극이 되고 있다.
○ 기부도 ‘경쟁’ ‘아이디어 싸움’
직접 상품을 출시하지 않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장점을 강조한 독특한 방식으로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지역 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 지방도시에서 소규모 영화관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작은영화관은 지난해 9월부터 전국 35개 지점에서 행복얼라이언스의 캠페인 영상을 영화 상영 전에 무상으로 틀고 있다. 작은영화관 관계자는 “우리는 현물, 상품이 없지만 행복얼라이언스의 취지에 공감해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며 “영화 전 광고 상영이 적지 않은 수입이지만 지역사회에 착한 소비와 기부를 알릴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미노피자는 2017년부터 행복얼라이언스와 함께 매월 4차례 피자 조리 시설이 탑재된 ‘피자카’를 저소득 지역에 보내 ‘피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피자를 접하기 어려운 결식 위기 아동에게 직접 피자를 만드는 기회를 제공하고, 영양가 높은 재료에 대한 교육도 진행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가수 보아, 배우 이연희 씨 등 자사 연예인들을 행복얼라이언스 홍보대사로 임명해 팬들의 기부 참여를 유도했다.
행복얼라이언스 관계자는 “기부를 향한 각 기업의 아이디어 경쟁이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고 기부의 전체 파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