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에는 인구 100억 명 육박 전망 식량문제 해결 방안도 각국 경쟁 치열 세계 최고 농업경쟁력 보유한 네덜란드 정부-기업-대학 손잡고 기술단지 조성 그들의 실사구시 정신 배워 연구 나서야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그런데 이렇게 많아진 인구가 먹을 식량은 어떻게 마련됐을까? 사실 20세기 초반까지도 농사는 삽과 호미 그리고 쟁기에만 의존했고, 이런 경우 농부 한 사람이 생산할 수 있는 식량은 겨우 두 사람 반의 몫이었다. 즉, 10명의 가족이 먹고살기 위해서는 4명이 농사에 땀을 흘려야 했는데, 인류는 긴 역사의 대부분을 그렇게 살았다.
그러나 요즘 미국 농부 한 사람은 무려 150여 명분의 식량을 생산한다. 농업기계화, 특히 땅을 일구는 트랙터는 농업생산성 향상의 기폭제였다. 이와 더불어 화학비료 및 살충제 그리고 육종학(育種學)의 발달도 크게 기여했다. 심한 지역적 편차로 아직도 기아상태의 인류가 부지기수임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여하튼 식량 생산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제 곧 다가올 인구 100억 명 시대를 위해서는 또 다른 기술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는 AI를 이용하는 스마트 농업으로 쉽고 편하게, 그러면서도 더 많은 수확을 얻을 듯싶다. 수개월 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래의 삶을 가름할 중요 기술로 첫째도 AI, 둘째도 AI, 그리고 셋째도 AI를 꼽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빌 게이츠도 “AI가 지배할 미래가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는 오히려 두렵다”라며 AI가 지닌 엄청난 영향력을 지적한 바 있다.
AI는 한 분야에서 얻어진 빅데이터를 학습해 의사를 결정하는 기술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수많은 기보(碁譜)를 학습한 AI는 이미 세계 최고의 프로기사를 압도했다. 마찬가지로 그간 축적된 영농 데이터에서 가장 탁월한 방법을 택하는 AI농업은 앞으로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AI에 의한 온실 관리는 이미 일상이다. AI는 무성한 사과나무 과수원에서 잎사귀 하나에 나타난 흔적으로 해충과 질병을 예고하고 그 대책을 알려준다. 그리고 AI가 장착된 로봇 제초기는 광활한 감자 밭을 빠르게 오가며 잡초를 모두 제거한다.
이제 농업은 땀 흘려 일하는 분야가 아니다. 쇠락하고 있는 우리 농촌도 스마트 농업을 지향하는 젊은이들로 다시 활기를 찾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기술 개발이 관건인데 네덜란드에서는 바헤닝언이란 소도시의 대학이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이 대학은 1997년에 국립농업연구소와 통합하면서 공식 명칭을 WUR(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로 바꿨다. ‘연구(Research)’가 이름에 포함된 최초의 대학인데 농식품가공학 분야에서는 세계 랭킹 1위로 꼽히고 있다
이렇게 확실한 학(學)연(硏) 협력을 구축한 대학은 더 나아가 시(市) 정부 및 산업체들과 연계해 미국의 실리콘밸리 산업단지 같은 푸드밸리(Food Valley)를 조성했다. 이러한 시산학(市産學) 협력을 통한 산업 경쟁력 확보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WUR 입구에 크게 쓰여 있는 ‘오늘의 지식, 내일의 비즈니스(Today’s knowledge, Tomorrow’s business)’는 이들의 철저한 실사구시 정신을 잘 드러낸다. 우리 대학들도 본받아야 할 교육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