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대량 학살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이 유대인과 정치범 등 약 1100만 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다. 유럽 거주 유대인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00만 명의 유대인이 희생됐다. 나치는 유대인 학살을 위해 1940년 폴란드에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만들었다. 유대인들은 열차로 도착하는 즉시 가스실로 보내졌다. 나치는 샤워를 하라며 옷을 벗게 한 뒤 가스실에서 한 번에 약 2000명씩 학살했다. 시신은 소각로에서 불태웠다. 이렇게 아우슈비츠에서는 1945년 초까지 유대인 약 110만 명이 죽어갔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유대인들의 생존 투쟁은 무거운 감동을 준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빅토르 프랑클은 매일 면도를 하면서 외모를 관리해 가스실행을 미룰 수 있었다. 매일 아침 가스실로 보낼 노약자를 추려내는 건강검진에서 굶주림으로 인한 핏기 없는 얼굴을 가리려고 몸에 피를 내 얼굴에 발라 살아남은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독일의 청소년들에게는 홀로코스트가 점점 잊혀져 가는 역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14∼16세 독일 청소년의 40%는 ‘아우슈비츠가 어떤 곳이었는지 모른다’고 응답했다. 독일과 미국 등지에서는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기승을 부려 반유대주의 부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우슈비츠는 국가권력의 광기가 어떤 비극을 낳는지 생생하게 증언한다. 하지만 그런 교훈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에서 1970년대 크메르 루주 정권이 170만 명의 양민을 죽이는 등 지구촌에서 학살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월이 흐른 뒤에 또 어떤 가슴 아픈 역사가 기다리고 있을지 지금 걱정하는 건 인간의 ‘이성(理性)’을 과소평가하는 걸까.
이태훈 논설위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