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예스병원 원장(가운데)이 라오스 의사 캄반 반살리시(흰 모자)에게 인공엉덩관절 수술법을 지도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제공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다름 아닌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가장 대표적인 외상전문병원 미타팝병원의 속 풍경이었다. 라오스는 주 교통수단이 오토바이다. 그러다 보니 오토바이로 인한 교통사고가 많다. 그러나 비엔티안에서조차 교통사고로 인한 무릎과 엉덩관절 손상을 제대로 치료할 의사가 없다.
하지만 불가능했던 인공무릎관절 수술도 이곳에선 할 수 있다. 이 병원 캄반 반살리시 정형외과 전문의가 이종욱-서울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2017년 서울대병원 및 협력의료기관에 파견돼 인공관절 수술을 배웠기 때문이다.
캄반 전문의는 무릎관절 수술을 가르쳐준 김인권 지도교수(현 예스병원 원장·70)와 함께 4일 동안 미타팝병원 수술실에서 15명의 환자에게 인공무릎관절 및 인공엉덩관절 수술을 진행했다. 재수술 환자 등 모두 상태가 좋지 않는 환자들이었다.
캄반 전문의는 “교육받은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는데 김 원장과 함께 수술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캄반 전문의에게 직접 메스를 맡기면서 옆에서 인공관절 전 단계, 뼈를 자르는 방법 등 수술 방법을 상세히 가르쳤다. 기자도 수술에 필요한 어시스트로 참여하면서 수술 과정을 도왔다.
라오스의 최고 어린이병원으로 손꼽히는 국립아동병원의 의사들도 한국 의료진을 반갑게 맞아줬다. 국립아동병원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등이 지원해서 만든 이 나라 최초의 병원으로 로비엔 태극기와 라오스 국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이종욱-서울 프로젝트 위원장인 신희영 소아과 교수(66)는 한국에서 모금한 약 4500만 원으로 구입한 항암제를 라오스 소아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국립아동병원에 기증했다. 이 나라 아이들은 소아암에 걸리면 모두 죽음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총 2억4000만 원을 모금해 구입한 항암제 지원으로 42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려냈다.
임상뿐이 아니다. 한국의 의술은 라오스 국립의대에서도 빛났다. 라오스에서 유일하게 의사를 양성하는 곳으로 매년 120여 명의 의사가 배출된다. 이 학교에 이종욱-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기초의학 실험실 기자재 기증 및 사용 방법 등 기술도 전수했다. 최용 서울대병원 소아과 명예교수(77)는 기증한 기자재가 현장에서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전수받은 기술이 환자들에게 잘 활용되는지 꼼꼼히 체크하고 추가 지원 여부도 확인했다.
최 교수는 “라오스 의료 환경은 여러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10여 년간 한국의 지원으로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며 “앞으로 2차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라오스의 의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등 한국의 의술과 보건정책이 잘 전수돼 많은 나라가 본받는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라오스에 뿌리내린 한국의 ‘의료 국력’을 위해서라도 추가 지원과 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