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에 이어 경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아일보DB
강승현 사회부 기자
29일 동아일보가 서울지역 경찰서 정보계장이 야당 의원의 가족관계 등을 파악하라 지시했다고 보도한 뒤, 한 일선 경찰은 기자에게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관행으로 여겼던 나쁜 버릇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조직 전체에 채찍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경찰청도 이런 분위기에 화답한 걸까. 기사가 나간 당일, 경찰청은 “다음 달 경찰서 정보과장들에게 정치정보 수집 금지 내용을 포함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각 지방청에 정치정보 수집을 금하라는 업무지시도 내려보냈다고 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에 이어 경찰을 개혁의 대상이라 콕 짚었다. 한데 경찰이 본격적으로 자체 개혁에 나섰다고 하기엔 살짝 부족해 보인다. 이번 논란이 그렇다. 숙원이던 검경 수사권 조정에 전 조직이 힘을 모았다. 그런 경찰이 정치인 정보 수집 같은 잘못된 관행이 불거졌는데 이런 ‘관대한’ 대응은 뭘 뜻하는 걸까.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2016년부터 토론회만 10차례가 넘게 개최했다. 해외 전문가까지 초빙하는 열성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경찰의 정치정보 수집처럼 스스로의 권력을 내려놓는 사안은 한두 차례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몇몇 경찰 간부들은 이번 사안을 ‘통상적인 정보 수집 활동’이라 했다. 정치인 정보 수집이 통상 업무라면, 직원들이 “부적절하다”며 맞선 건 통상적이지 않다고 봐야 하나. 정보 수집 대상이 된 국회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경찰 사찰은 야당 탄압이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고 했다.
물론 경찰도 나름대로 바뀌고 있다. 현장 정보관들이 정치정보 수집을 거부한 게 그 증거다. 일선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학계는 “정치 개입의 원천 차단을 위해선 관리 감독과 관련 내부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온적인 태도로 교과서적인 답만 내놓아선, 경찰 안팎에서 들리는 우려를 쉽게 가라앉힐 수 없다.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