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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이끈 극장골 넣은 뒤 울컥… 속이 시원해서 울어본 건 처음”

입력 | 2020-01-30 03:00:00

AFC U-23 챔피언십 우승 주역 이동경
“결승전 헤딩골 연결해준 프리킥, 감독님 설득해 김대원 대신 제가 찼죠
‘도쿄 리’ 별명 지어준 팬들께 감사… 올림픽 메달-울산 K리그 우승 목표”




‘도쿄 리’ 이동경(왼쪽)은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요르단과의 8강전 후반 추가시간에 터뜨린 프리킥 결승골을 포함해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도쿄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꼭 이름을 올려 메달까지 따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동경이 23일 끝난 호주와의 4강(2-0 한국 승)에서 한국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이동준과 환호하는 모습. AFC 홈페이지 캡처

“극적인 골을 넣고 나니 울컥하더라고요. 속이 시원해서 울어본 건 처음입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도쿄 올림픽 최종예선) 우승 주역인 미드필더 이동경(23·울산·사진)은 29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극장골’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번 대회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자신이 터뜨린 결승골 얘기였다. 당시 한국은 1-1 동점을 허용한 뒤 상대의 공세에 고전하다 후반 추가시간(후반 50분)에 이동경이 터뜨린 18m 왼발 감아차기 프리킥에 힘입어 2-1 진땀승을 거둬 극적으로 4강에 올랐다. 이동경의 ‘한 방’이 없었더라면 한국이 이번에 거둔 대회 첫 우승과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도 어떻게 될지 몰랐다.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지난해 3월)에서 6골을 폭발시키며 에이스로 떠오른 이동경이지만 본선 조별리그에서는 1도움에 그쳐 마음고생을 했다. “코치님들이 장난으로 ‘그 프리킥 골이 너를 살렸다’고 말하셨어요. 선수 생활하면서 후반 추가시간에 이런 골을 넣은 것은 처음인데…. 홀가분한 마음에 눈물이 났어요.”

요르단전 결승골 당시 누리꾼들은 ‘동경’이라는 이름에 착안해 “‘도쿄 리’가 도쿄행 불씨를 살려냈다”며 환호했다. 이동경은 “내 이름은 동녘 동(東)에 빛날 경(炅)이어서 도쿄를 뜻하는 ‘동경(東京)’과는 다르다. 하지만 팬들이 좋은 의미로 지어주신 별명(도쿄 리)이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8강에서 첫 득점에 성공한 이동경은 호주와의 4강전(2-0 승) 쐐기골을 넣은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결승전(1-0 승)에서 절묘한 프리킥으로 정태욱(대구)의 헤딩 결승골(연장 후반 8분)을 도왔다. 당시 김학범 감독은 김대원(대구)에게 킥을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동경이 감독에게 자신이 차겠다고 해 키커가 변경됐다. “세트피스 훈련 시 태욱이와 킥 낙하지점 등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눴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이동경은 1차전 중국전 선발 이후 4경기를 조커(교체 투입 선수)로 뛰었다. 그는 “풀타임을 뛸 체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 대신 언제든지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몸을 풀며 기회를 기다렸다. 팀 훈련 때는 프리킥 연습도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이동경은 “김학범 감독님은 경기장 안에서는 냉정한 사령탑이셨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할아버지 같았다. 가끔 아들을 혼내기도 하는 아버지가 아닌 손자에게 한없이 애정을 쏟는 할아버지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동경에게 숙제를 내줬다고 한다. 이동경은 “감독님께서 웨이트트레이닝을 더 해서 체력을 키우고 소속팀에서도 많은 경기를 뛰며 경기 감각을 유지하라고 주문하셨다”고 전했다.

이동경은 대구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휴식하다 다음 달 1일부터 울산의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동경은 “올림픽 본선 티켓과 함께 2020년을 성공적으로 출발한 만큼 마무리도 멋지게 하고 싶다. 올림픽 무대를 꼭 밟아 메달 획득을 이뤄내고, 소속팀 울산의 K리그1 우승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