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 노장 센터의 재발견 수련선수→실업行→프로行→입대 2017년 KB 오면서 잠재력 폭발… 세트당 블로킹 0.71개 전체 2위
그래도 수확은 있다. 센터 김홍정(34·사진)의 재발견이다. 선수 생활 내내 한 번도 부문별 10위 안에 들어 보지 못했던 김홍정은 이날 현재 세트당 블로킹 0.71개로 현대캐피탈 신영석(0.85개)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국가대표 센터 현대캐피탈 최민호(0.67개·3위), 대한항공 김규민(0.65개·4위)보다 높다.
2009∼2010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수련 선수(연습생)로 삼성화재에 입단한 김홍정의 배구 인생은 기회와의 싸움이었다. 팀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는 이내 프로 무대를 떠나야 했다. 이후 실업팀 용인시청에서 1년 반을 뛰었다. 2011년 신치용 당시 삼성화재 감독의 제안으로 다시 프로 무대로 돌아온 김홍정은 2013년 창단한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로 이적했다. 초대 주장을 맡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잠재력을 터뜨리진 못했다. 그가 군 복무로 자리를 비운 동안 팀은 2시즌(2014∼2015, 2015∼2016) 연속 챔피언이 됐다. 이듬해 그가 복귀하자 팀은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외국인 선수 시몬의 빈자리가 컸다. 김홍정은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배구를 하면서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시기였다. 경기 감각도 떨어진 데다 팀 사정도 좋지 않아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팀에는 김홍정처럼 기회에 목마른 선수가 더 있다. 12시즌 동안 대한항공 ‘원 클럽맨’으로 활약했던 레프트 김학민(37)은 은퇴 고민 끝에 새 기회를 얻었다. 주장 완장을 찬 김학민은 김홍정과 코트 위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학 2부리그 소속의 목포대 출신으로는 드물게 프로 지명을 받은 신인 레프트 김동민(23)도 점점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김홍정은 “동료들 모두 지금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 남들은 어렵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아직 플레이오프 포기 안 했다. 더 응원해 달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에 3-1(25-27, 25-19, 25-18, 32-30), 여자부 GS칼텍스는 KGC인삼공사에 3-0(25-18, 29-27, 25-17)으로 승리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