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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뚫고 10년만에 핀 꽃, 김홍정

입력 | 2020-01-30 03:00:00

KB손보 노장 센터의 재발견
수련선수→실업行→프로行→입대
2017년 KB 오면서 잠재력 폭발… 세트당 블로킹 0.71개 전체 2위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은 29일 현재 남자부 7개 팀 중 6위에 처져 있다. 시즌 초반 12연패에 빠지는 등 부진했던 탓에 플레이오프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수확은 있다. 센터 김홍정(34·사진)의 재발견이다. 선수 생활 내내 한 번도 부문별 10위 안에 들어 보지 못했던 김홍정은 이날 현재 세트당 블로킹 0.71개로 현대캐피탈 신영석(0.85개)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국가대표 센터 현대캐피탈 최민호(0.67개·3위), 대한항공 김규민(0.65개·4위)보다 높다.

2009∼2010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수련 선수(연습생)로 삼성화재에 입단한 김홍정의 배구 인생은 기회와의 싸움이었다. 팀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는 이내 프로 무대를 떠나야 했다. 이후 실업팀 용인시청에서 1년 반을 뛰었다. 2011년 신치용 당시 삼성화재 감독의 제안으로 다시 프로 무대로 돌아온 김홍정은 2013년 창단한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로 이적했다. 초대 주장을 맡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잠재력을 터뜨리진 못했다. 그가 군 복무로 자리를 비운 동안 팀은 2시즌(2014∼2015, 2015∼2016) 연속 챔피언이 됐다. 이듬해 그가 복귀하자 팀은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외국인 선수 시몬의 빈자리가 컸다. 김홍정은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배구를 하면서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시기였다. 경기 감각도 떨어진 데다 팀 사정도 좋지 않아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도약의 발판은 3번째 프로 팀인 KB손해보험에서 마련됐다. 2017년 2 대 2 트레이드로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은 뒤 출전 기회가 많아졌다. 블로킹에서만큼은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였다. 김홍정은 “교체 선수로 뛸 때는 욕심이 앞서 경기가 잘 안 됐다.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다 보니 블로킹 타이밍에 자신감도 생기고 경기가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의 배려로 이번 시즌에는 주장 자리도 내려놨다.

이 팀에는 김홍정처럼 기회에 목마른 선수가 더 있다. 12시즌 동안 대한항공 ‘원 클럽맨’으로 활약했던 레프트 김학민(37)은 은퇴 고민 끝에 새 기회를 얻었다. 주장 완장을 찬 김학민은 김홍정과 코트 위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학 2부리그 소속의 목포대 출신으로는 드물게 프로 지명을 받은 신인 레프트 김동민(23)도 점점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김홍정은 “동료들 모두 지금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 남들은 어렵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아직 플레이오프 포기 안 했다. 더 응원해 달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에 3-1(25-27, 25-19, 25-18, 32-30), 여자부 GS칼텍스는 KGC인삼공사에 3-0(25-18, 29-27, 25-17)으로 승리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