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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이하 고액전세까지 원리금 출처 샅샅이 캔다

입력 | 2020-01-30 03:00:00

국세청 ‘부동산 불로소득’ 칼 빼들어
“부모 돈으로 주택시장 교란”
구입비 출처 넘어 갚는과정 조사, 빚 전액 상환때까지 집중 관리
9억이상 주택 편법증여 차단나서




김현준 국세청장

최근 10억 원이 넘는 서울 아파트를 구입한 A 씨의 연 소득은 약 2000만 원이다. 직장 근무 기간은 5년 남짓으로, 일해서 번 총소득은 1억 원이 채 안 됐다. 국세청은 A 씨가 소득이나 재산에 비해 비싼 집을 샀다는 판단에 자금출처를 들여다봤다. 분석 결과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아버지가 그에게 수억 원의 현금을 줬고 이를 이용해 아파트와 고급 승용차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B 씨는 최근 11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전세 7억 원을 끼고 매입했다. 세입자는 그의 어머니로 사실상 B 씨는 자기자금 4억 원과 부모 돈으로 아파트를 샀던 것. 세무 당국은 B 씨의 소득과 재산을 살펴 전세보증금을 상환할 능력이 안 되거나 B 씨가 부모와 같은 집에 살 경우 이를 증여로 보고 최고세율 50%인 증여세를 물릴 방침이다.

국세청이 29일 김현준 국세청장 주재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 강화 방침을 강조하고 나선 건 주택 거래 시장에 퍼져 있는 편법 증여가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매 능력이 안 되는 이들이 부모나 친인척으로부터 돈을 빌려 부동산 매매 행렬에 뛰어들어 수요를 부풀리고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부동산을 사고파는 이들이 부모나 친인척으로부터 빌린 돈을 제대로 갚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존에 했던 고가 아파트나 고액 전세의 자금 출처 조사를 확장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30대 이하 집주인들의 채무 흐름을 살피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주택 취득 금액 중 자기자금 비율은 31%로 나머지 69%는 금융회사와 가족, 친지 등으로부터 빌린 돈이었다.

국세청은 집주인들이 부채를 모두 갚을 때까지 모든 과정을 세무조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사후 관리할 계획이다. 채권자별로 빌린 돈이 얼마인지, 이자율은 적정한지, 일자별로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내고 있는지 점검하는 식이다.

특히 부모가 돈을 빌려준 경우 부모가 자금 추적이 어려운 현찰로 원금과 이자를 대신 갚아주거나, 본인 소득은 빚 갚는 데 쓰고 생활비는 부모에게 타 쓰는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부모한테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있을 경우 소득과 금융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탈루 혐의가 있으면 즉시 세무조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9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이 집중 조사 대상이며 9억 원이 넘지 않더라도 자금 흐름에 이상이 있으면 조사에 착수한다.

국세청은 이와 별도로 다음 달 21일부터 국토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합동으로 구성하는 부동산 상설 조사팀에 합류해 증여세 상속세 탈루, 불법 전매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부동산 관련 탈세 징후가 감지되면 조사팀에 파견된 국세청 직원들이 바로 대응한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자녀에게 현금으로 주거나 돈을 빌려준 것처럼 해도 편법 증여일 경우 당국의 사후관리 시스템을 통해 포착할 수 있다”며 “부동산 투기 흐름에 편승한 변칙 증여는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겠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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