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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감독’ 대작 홍수 속 양극화 그늘 짙어질까

입력 | 2020-01-30 03:00:00

[2020 문화계 천기누설]<7> 영화계 전망과 유망주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내놓을 SF영화 ‘서복’. 영화업계 전문가들이 올해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은 이 영화는 인류 최초 복제인간 서복을 놓고 벌어지는 암투를 다룬다. CJ ENM 제공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영화제 6개 부문 최종 후보까지…. 2019년은 한국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해였다. 봉준호 감독(51)의 ‘기생충’이 국제영화제에서 갈아 치운 ‘최초’ 기록은 더 이상 세는 것이 무의미하다. 기생충의 성공으로 세계 영화 무대의 중심에 선 한국 영화의 2020년은 어떨까. 영화업계 전문가들은 유명 감독들의 귀환을 꼽았다.》


○ 거장들의 귀환, 이면의 ‘빈익빈 부익부’

“강제규 류승완 양우석 연상호 이준익 이환경…. 대한민국 ‘천만 감독들’이 대거 출격해 자웅을 겨룬다. 이런 해가 있었던가?”(전찬일 영화평론가)

2020년 한국 영화계 거장들은 대작을 선보인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두 번이나 관객 1000만 명을 넘은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을 내놓는다.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정상회담’으로, ‘베테랑’ 류승완 감독은 ‘탈출: 모가디슈’로, ‘부산행’ 연상호 감독은 ‘반도’로 돌아온다. 임명균 CJ ENM 영화사업본부 한국영화사업부 상무는 “올해는 단연 ‘네임드(named) 감독의 귀환’이 키워드”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거장의 귀환작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 ‘서복’과 영웅을 꼽았다.

서복은 ‘건축학개론’으로 한국 멜로영화 흥행사를 다시 쓴 이용주 감독의 SF영화다. 인류 최초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동명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영웅은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뮤지컬 영화다. 두 영화 모두 국내 영화에서는 드문 장르에 대한 도전이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외계인 이야기를 다룬 최동훈 감독의 신작(제목 미정),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까지 우리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SF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이채롭다”고 말했다.

대작의 이면에 도사린 ‘빈익빈 부익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상승하는 제작비와 광고·마케팅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대형 제작·배급사를 등에 업은 영화가 스크린을 잠식할 것이라는 얘기다. 모성진 해그림 대표는 “대규모 예산 영화와 저예산 영화 사이의 제작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홍민 CGV 편성전략팀장은 “시각특수효과(VFX) 투자와 해외 로케이션 증가 등도 제작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확대로 전통 미디어와 신생 미디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만큼 영화업계도 소비자 눈높이에 걸맞은 작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가 창작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어 유의미한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더 영화 같은 경향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봉준호 이후는 누구?
 

소설 ‘아몬드’를 쓴 손원평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침입자’. 실종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동생 유진(송지효)과 동생의 비밀을 쫓는 오빠 서진(김무열)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다. 에이스메이커 제공

‘포스트 봉준호’로 떠오를 신예로는 ‘불한당’ 등을 만든 변성현 감독이 가장 많이 꼽혔다. 변 감독은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 운범(설경구), 그를 돕는 천재적 선거 전략가 창대(이선균)의 선거전쟁을 그린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를 들고 온다. 2015년 데뷔작 ‘오피스’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오른 홍원찬 감독은 청부살인 청탁을 받은 남성의 사투를 담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선보인다. 홍 감독은 ‘추격자’ ‘황해’ 등의 각색가였다. 소설 ‘아몬드’를 쓴 손원평 감독은 잃어버린 딸을 되찾은 가족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는 스릴러 ‘침입자’를 장편 데뷔작으로 내놓는다. 이충현 홍의정 조슬예 감독은 각각 ‘콜’ ‘소리도 없이’ ‘디바’를 만든다. 김수연 NEW 영화투자배급사업부 이사는 “한국 영화 향후 100년의 초석이 될 신예들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설문 응답자(12명·가나다순)

강유정 영화평론가,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김수연 NEW영화투자배급사업부 이사, 김영진 영화평론가, 김홍민CGV 편성전략팀장, 모성진 해그림 대표, 문영우 에이스메이커 이사, 신희식 메가박스 편성전략팀장, 심재명 명필름 대표, 임명균 CJ ENM 영화사업본부 한국영화사업부 상무, 전찬일 영화평론가, 정경재 롯데컬쳐웍스 상무(한국영화부문장)
 
김재희 jetti@donga.com·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