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굿판 추구하는 실험적 국악밴드 ‘악단광칠’
지난해 10월 핀란드 탐페레에서 열린 월드뮤직 박람회 ‘워멕스’ 무대를 뒤집어놓은 국악 그룹 ‘악단광칠’. 올해 달력은 더 너덜너덜해졌다. 3월부터 11월까지 유럽, 아시아, 미국 투어 스케줄이 빼곡하다. ⓒJacob Crawfurd
악단광칠은 2015년 결성했다. 2000년 창립해 국악의 현대화를 꿈꾼 진보적 단체 ‘정가악회’의 일부 단원으로 실험적 유닛을 만든 것이다. ‘광칠’은 광복 70주년(2015년)의 준말. 최근 만난 멤버들은 “실은 ‘돌아이’ 같은 어감이 더 맘에 들었다”고 털어놨다.
세 명의 보컬이 팔다리를 맞춰 흔들며 돌림노래 형식으로 부르는 대표곡 ‘영정거리’(QR코드)만 들어봐도 돌아이적 특성을 만끽할 수 있다. 평생 국악을 전공한 멤버들의 연주 내공에 찰떡같은 합이 더해진, 가히 귀기 어린 실황이다.
리더 김현수 씨(대금)는 “정가악회에서 10여 년간 가곡이나 줄풍류를 기반으로 국악 현대화를 추진했지만 현대성과 대중성에 대한 좀 더 확장된 형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악단광칠을) 만들게 됐다. 당시 황해도 음악을 활용한 창작국악단체가 거의 없어 이쪽 길을 추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9명의 ‘악단광칠’ 멤버는 국악기와 목소리만으로 EDM부터 헤비메탈까지 다양한 느낌을 뿜어낸다. 앞줄 왼쪽부터 왕희림, 안민영, 선우진영, 원먼동마루, 가운데줄 왼쪽부터 박혜림, 이향희, 방초롱, 김현수, 뒷줄 전현준. 문화상인 보부 제공
“깊이로 파고드는 전통음악만 전공한 저희로선 대중과의 호흡법이 가장 큰 숙제였죠. 이씨스터즈, 윤복희 씨의 미군부대 공연 영상을 보며 영감을 얻었습니다.”(방초롱·보컬)
‘워멕스’ 공연 말미에 이들이 무대 밑으로 뛰어내리자 객석에는 ‘난리’가 났다. 그 자리에 있던 전 세계 공연기획자들이 러브콜 30여 건을 쏟아냈다.
“현대적인 굿판을 추구합니다. 스무 살 무렵 록 페스티벌을 즐기면서도 ‘나는 국악을 전공했으니까 저런 무대에는 못 오를 거야’라며 체념했어요. 아니었죠. 저는 제 지금이 정말 맘에 듭니다.”(박혜림·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