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한국병원선 “전문의 없다” 전남대병원 “더 잘하는 병원 있다” 20시간 넘게 서로 환자 떠넘겨 다음날 중소병원서 절단 수술… 환자 “건보 없다고 그랬나” 분통
병원들의 떠넘기기 탓에 수술이 늦어져 팔을 절단하게 된 박정수 씨.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진도군에 있는 김 양식장에서 일하는 박정수 씨(42)는 3일 오후 작업을 하다 왼쪽 팔꿈치 쪽이 부러졌다. 박 씨는 오후 4시 38분경 목포시 목포한국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 병원은 전남에서 유일하게 권역외상센터를 갖췄다.
하지만 박 씨를 진료한 건 센터가 아니라 응급실이었다고 한다. 당시 해당 의료진은 팔을 이을 수 있는 상태라면서도 수술을 거부했다. 외상센터에 접합수술이 가능한 전담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였다. 목포한국병원은 박 씨를 광주 전남대병원으로 전원(轉院)시켰다.
오후 8시 6분경. 박 씨가 광주대중병원에 도착하자 의료진은 또 말이 달랐다. 밤이 늦어 수술이 어려우니 일단 입원을 한 뒤 다음 날인 4일 검사를 진행하자고 했다. 결국 박 씨는 4일 오전 7시 반경 검사를 시작했다. 팔은 이미 상태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심지어 패혈증과 저혈량성 쇼크 등 합병증 증세까지 보였다. 박 씨는 오전 10시경 다시 전남대병원으로 돌아가 응급처치를 받았고, 오후 2시경 인근 중형 병원인 상무병원에서 팔 절단 수술을 받아야 했다.
박 씨는 최근 동아일보와 만나 “처음 사고가 났을 땐 왼팔 통증이 너무나 심했다. 그런데 스무 시간씩 병원을 옮기며 신경이 죽었는지 점점 아프지도 않았다”며 “형편이 어려워 건강보험 자격이 없다. 병원이 내가 진료비를 내지 못할까봐 서로 떠넘긴 게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병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이전 병원에서 제대로 확인 없이 보내 현실적으로 (치료나 수술이) 불가능해 다시 옮기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보낼 땐 수술할 여력이 되는지 미리 물어봐야 하는데 무작정 전원시켰다”고 해명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현재 자체적인 진상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대형 병원이 수술을 거부한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목포한국병원과 전남대병원은 각각 2014, 2015년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했다. 당시 정부로부터 80억 원을 지원받았으며, 이후 해마다 20억 원 안팎의 운영비 지원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