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확산되는 세계무역 질서의 불확실성과 한국의 정책 대응' 보고서 "우리나라 대중 수출 의존도 커…전자·화학산업 피해 클 것으로 예상" "CPTPP는 대중 수출 비중을 줄이고 수출국·수출품 다변화에 긍정적"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가 받는 부정적인 영향이 일본·독일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정부의 소재·부품 산업 지원정책과 수출지원정책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30일 ‘확산되는 세계무역 질서의 불확실성과 한국의 정책 대응’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제조업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독일 등에서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독일의 경우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1분기 97.18, 2분기 94.86, 3분기 95.22에 그쳤다. 반면 수출은 2분기(98.56)를 제외하고 1분기(102.32)와 3분기(101.53)에는 2018년보다 호조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생산과 수출 모두 2018년보다 실적이 좋지 않았다. 제조업 생산은 1분기 98.34, 2분기 97.63, 3분기 99.01에 머물렀다. 특히 수출은 1분기 91.47, 2분기 91.36, 3분기 87.71로 일본, 독일보다 감소 폭이 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높은 데다가 수출국과 수출 품목의 집중도가 높아서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2018년 기준 44%로 일본(18%)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국의 총수출 대비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27%로 일본(20%), 독일(7%)보다도 높다. 상위 5개국으로의 수출 비중도 우리나라는 60%로 일본(56%), 독일(36%)을 압도했다.
수출 품목이 소수 품목에 집중돼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인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수출품 집중도 지수도 우리나라(0.198)가 일본(0.139), 독일(0.093)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구조적인 특징으로 한국의 수출이 일본이나 독일보다 미·중 무역 분쟁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독일보다 GDP와 총수출의 감소 폭이 컸다. 우리나라 대중 수출의 40% 수준인 전자 산업과 20% 수준인 화학산업에서 생산과 총수출이 각각 0.3~0.5%포인트(p), 0.4~0.7%p 정도 감소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대미 수출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제조업 대부분에서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연구위원은 “한국 수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출국과 수출품의 높은 집중도로 중국 등 일부 수출국의 경제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점”이라며 “중국 의존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CPTPP 가입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PTPP는 한국 수출의 지형 확대와 변화를 모색해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을 줄이고 수출국과 수출품의 다변화를 도모하는 데 적합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CPTPP 가입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발생한 한일 통상갈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하고 양국의 상생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소재·부품 산업 지원정책 점검에도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재산업의 중소기업 생산성을 증진시킬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정부 지원 연구개발(R&D)의 효과성을 끌어올릴 방안 마련 등이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