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大 연구팀 “아직 임상시험 못해 시기상조”
○ 우한 폐렴 예방 백신 개발 중
백신은 치료가 아니라 감염 예방이 목적이다.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했을 때 빠르게 이를 퇴치해 감염될 기회를 차단한다. 사람 몸은 마치 범인의 몽타주를 그리듯 한번 침입한 바이러스와 세균의 특징을 기록해 남겨둔다. 다음번 같은 병원체가 침입하면 이 몽타주를 보고 빠르게 대응해 퇴치하는 일종의 방어 시스템이 가동된다. 이것이 면역 체계다. 백신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병원체가 침입할 것에 대비해 몸이 대비 태세를 갖추도록 준비시킨다. 몸을 미리 약한 병원체에 감염시켜 면역 체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원리다.
진짜 범인 대신 범인의 몽타주만 넣어주는 방법도 있다. 보통 면역체계가 병원체를 인식할 때는 병원체 전체가 아니라 특징적인 일부 구조 단백질(항원)을 인식한다. 백신에 이런 항원을 넣는 방식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미국 제약기업 모더나와 이 방식으로 우한 폐렴의 표면 단백질을 인식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홍콩대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백신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체에 무해한 다른 바이러스를 ‘택배 차량’처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택배 차량에 해당하는 바이러스에 택배 물품(표적 바이러스의 항원 유전자)을 끼워 넣어 몸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몸 안에서 항원 단백질이 만들어지면, 이를 인식하는 면역 단백질인 항체가 생긴다. 다국적 보건의료 단체인 감염병준비혁신연합(CEPI)은 호주 퀸즐랜드대와 미국 제약기업 이노비오 파마슈티컬스, 모더나와 함께 이런 방식의 백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 우한 폐렴 치료제는 요원
치료제는 다른 이름으로 ‘치료백신’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미 감염된 바이러스를 제거할 뿐 진짜 백신과 같은 예방 기능은 없다.
우한 폐렴에 딱 맞는 백신과 치료제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제3의 방법을 찾고 있다. 다른 바이러스용으로 개발된 기존의 치료제(항바이러스제)를 조합해 우한 폐렴을 억제할 방법을 찾고 있다.
국제학술지 랜싯에 따르면, 중국 우한시 진인탄(金銀潭) 병원에서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두 개를 조합해 처방하는 방식의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8일 길리어드사가 개발한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항체치료제(단일클론항체)와 함께 처방하는 방법을 제안한 상태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