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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왕-탐구왕… ‘60세 핫범슨’ 김학범 감독

입력 | 2020-01-31 03:00:00

선수와 턱걸이 대결 안 밀리고, 매년 유럽-남미 선진축구 견학
포체티노 등 만나 전술 토론도…“도쿄선 일본보다 위에 서고 싶다”




세계 최초로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이룬 23세이하 축구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3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웃으며 답하고 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뭘 그 정도 가지고 놀라. 예전에는 (턱걸이를) 더 많이 했었는데. 허허.”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도쿄 올림픽 최종예선) 대회 도중(16일) 열린 ‘턱걸이 사제 대결’에 대해 묻자 김학범 감독(60)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당시 그는 체육관에 수비수 김재우(22·대구)와 턱걸이 대결을 했다. 김 감독은 다리를 쭉 편 채로 10개를 해냈다. 김재우는 “예상치 못한 전개인데…”라며 당황했다. 김재우는 다리가 구부러지기는 했지만 11개를 하면서 현역의 자존심을 지켰다. 선수들은 “감독님 신체나이는 20대인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

환갑을 맞은 나이에도 강한 근력을 과시한 ‘로보캅 사령탑’은 막내 아들뻘인 제자들을 이끌고 올림픽 본선 진출과 한국의 대회 첫 우승을 달성했다. 2년 전 아시아경기에 이어 연속 우승을 달성한 김 감독은 30일 기자회견에서 “23세 이하 선수들의 성장을 통해 한국 축구를 발전시킨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루 담배를 두세 갑 피우는 ‘애연가’인 그는 틈나는 대로 체육관과 산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건강도 유지하며 전술도 구상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김 감독은 실업팀 국민은행에서 1991년 말까지 선수생활을 했으나 태극마크는 한 번도 달지 못했다. 은퇴 후 은행원 생활을 했던 그는 축구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하고 1993년 국민은행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로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축구계 비주류인 그는 명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따는 등 치열한 축구 공부로 부족함을 채웠다.

김 감독은 60세 나이에도 선수들과의 턱걸이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표팀이 강한 압박과 성공적 로테이션으로 전승(6승) 우승을 달성한 배경에는 김 감독의 학구열도 있었다. 그는 “매년 겨울 유럽과 남미 등을 찾아 선진 축구를 배웠다”고 했다. 수비력이 강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손흥민의 은사였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 등을 직접 만나 전술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나이를 불문하고 해외 지도자들을 만나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현대 축구의 흐름을 파악해 한국에 접목시키는 게 내가 할 일이다.”

김 감독은 “일본에서 올림픽이 열리기에 안방처럼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충분히 메달에 도전해볼 수 있다. 일본보다는 위에 있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원 팀’을 위한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와 23세 이하 선수들의 융화도 강조했다. “2년 전 아시아경기 때도 와일드카드(손흥민 황의조 조현우)에게 ‘먼저 공도 들고 물통도 나르라’고 했다. 선배들이 솔선해 헌신하는 모습을 통해 팀이 하나가 되도록 할 것이다.”

이날 ‘김학범호’의 K리거들도 소속팀에서의 성장을 통해 올림픽 무대를 밟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공격수 오세훈(상주 상무)은 “‘군인정신’으로 무장하겠다. 10골 이상 넣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회 최우수선수 원두재(울산)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위치 선정과 몸싸움 능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조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