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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기준 9억, 서울 아파트 중간값 됐다

입력 | 2020-01-31 03:00:00

국민銀 조사… 중위가격 9억1216만원
文정부 출범 3년만에 3억 올라… 과세-대출규제의 주요 대상
고가주택 기준 현실화 논란 커질듯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중간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9억 원을 넘어섰다. 세금 부과와 대출금 규제의 주요 대상이 되는 고가주택이 ‘일반화’됐다는 의미다.

30일 KB국민은행 리브온이 발표한 1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216만 원으로 집계됐다. 중위가격은 주택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가격을 말한다. 평균가격은 표본 수와 분포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시세 흐름을 판단하는 데 중위가격이 쓰인다. KB국민은행은 서울의 아파트 약 6750채(전국은 약 3만2000채)를 표본으로 삼아 가격동향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9억 원 초과 아파트의 비중은 국민은행이 별도로 보유한 서울 아파트 약 137만5000채의 시세 자료에 따르면 12월 기준으로 37.1%에 이른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 1월 5억9585만 원으로 6억 원을 넘기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에도 6억635만 원으로 6억 원대 초반이었지만 2018년 1월 7억500만 원, 지난해 1월 8억4025만 원으로 급격히 올랐다. 지난해 말 초강력 규제인 12·16대책이 나왔음에도 계속 올라 고가주택 기준인 9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서울 강남권은 2017년 5월 7억5200만 원에서 1월에 11억5000만 원으로 약 4억 원이 올랐고, 강북권은 4억3600만 원에서 6억4300만 원으로 2억여 원이 올랐다.

정부는 현재 시세가 9억 원을 초과하면 고가주택으로 분류하고 있다. 12·16대책에서 정부는 시세 9억 원 초과 주택의 대출 규제를 강화해 9억 원 초과분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에서 20%로 낮췄다. 9억 원 이상 주택을 팔면 1주택자라도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아파트 분양을 받을 때도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으면 분양가의 60% 수준인 중도금을 현금으로 조달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저가 노후주택이 재개발·재건축으로 신축으로 교체되는 등 표본 구성이 변하면서 실제보다 집값 변동이 과잉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과 표본이 다른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7억9800만 원으로 국민은행 집계와 1억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중위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고가주택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고가주택 기준은 2008년 10월 정해졌는데, 2008년 말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8084만 원이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국민소득 수준이나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고가주택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주간 가격동향에서 경기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2%로 지난주(0.19%)보다 상승폭이 커지며 9억 원 초과 고가주택 규제를 강화한 12·16대책의 풍선 효과가 지속됐다. 영통구(1.2%), 권선구(1.09%), 팔달구(0.84%) 등 수원이 전반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은 아파트 가격이 0.02% 상승하며 셋째 주(0.03%)에 비해 상승세가 둔화됐다.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강남4구는 전주 대비 하락(―0.03%)하며 지난해 6월 둘째 주 이후 33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