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하지만 스타벅스가 신문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미국 주요 신문사는 온라인 기사를 유료화했는데, 올해 스타벅스는 매장 와이파이망으로 온라인에 접속한 고객이 이를 무료로읽을 수 있게 하는 실험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월스트리트저널과 USA투데이 등 25개 신문과 제휴했다. 커피를 마시며 신문 기사를 읽고 싶어 하는 고객을 위한 전략이었다.
종이신문이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신문 기사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구독자가 꾸준히 늘어 이달 전체 구독자가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 지난해 확보한 구독자가 100만 명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구독자는 전체의 70%나 된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전체 구독자는 지난해 100만 명으로 2015년(52만 명)의 두 배로 늘었다.
다만 한국이 다른 나라와 극명하게 다른 점이 있다. 디지털 기사 수요가 늘어도 신문 구독 증가나 신문사 웹사이트 방문으로 거의 이어지지 않는다. 이유는 예상대로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한국에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서 기사를 보는 비율이 75%에 이른다. 반면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는 비율은 4%로 조사 대상 24개국 중 가장 낮다.
이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서 포털 기사를 누르면 포털 페이지 안에서(in-link) 읽게 한 포털 전략과 무관치 않다.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가는(out-link) 방식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이는 PC에서다. 기사를 접하는 창구는 모바일(79.6%)이 PC(20.1%)보다 훨씬 많아 신문 기사가 포털 안에 갇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A일보 기사나 B신문 기사나 ‘네이버 뉴스’ 등으로 통칭하거나 포털이 뉴스 생산자가 아닌데 언론으로 인식(64.2%·2019 언론수용자조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거짓정보 등에 속지 않으려면 출처 확인이 필수지만 포털에서 본 기사 출처를 기억한다는 사람은 30%도 채 안된다. 정재민 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교수는 “누가 썼든 상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질 높은 기사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언론사 가치마저 떨어뜨려 사회에 손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 기사의 디지털 소비가 늘었다는 사실은 반갑다. 하지만 기자 여럿이 매달려 심층 취재하고 공들인 상당수 기사들이 여전히 포털에 가둬진 채 소비되고 있다. 지난 20년 가까이 포털은 수많은 기사로 모객(募客)하며 매출을 올려왔다. 포털에 기사가 집중돼 여론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댓글 자체가 조작되거나 일부 댓글에 여론이 좌우되는 등의 해악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포털이 기사의 종착지가 아니라 본래 뜻인 관문(portal) 역할에 이제라도 충실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