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성 질병은 통상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야 타인에게 전염을 시킨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었던 사스와 메르스의 경우 치사율이 매우 높지만 증상 없는 상태에서 남에게 전염시킨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한 폐렴을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타인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못된 특징’까지 지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한 폐렴 바이러스는 사스 및 메르스 바이러스와 유전자 염기서열 유사성이 각각 85%와 50%에 달하는데 유독 ‘무증상 전염’이라는 ‘스텔스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공포를 더하는 것이다.
▷독일을 방문했던 중국인 여성은 귀국할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었지만 독일 체류 중 접촉한 3명의 독일인이 2차 감염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한에 다녀온 선전의 10세 소년은 자신은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서 가족 4명에게 전염시켰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무증상 감염자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무증상 감염자’를 ‘걸어 다니는 폐렴(Walking Pneumonia)’이라고 불렀다. 바이러스 가운데 무증상 전염이 이뤄지는 것은 홍역과 인플루엔자 정도였는데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주기적으로 바이러스의 공습을 받는 인류가 새로운 ‘악마’적 속성에 직면한 것일 수도 있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