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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국종 외상센터장 사표 제출

입력 | 2020-01-31 03:00:00

병실-인력 놓고 병원과 잇단 충돌
외상센터-닥터헬기 차질 불가피… 아주대병원 “후임 정해진것 없어”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51·사진)가 29일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며 병원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 교수가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센터장직을 내려놓고 평교수로 살겠다”고 밝힌 지 11일 만이다. 앞서 이 교수는 해군 파견 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3일 출근해 사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아주대병원 등에 따르면 이 교수 사직서에 대한 최종 결재권자는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다. 사표가 수리돼도 평교수 직위는 유지한다. 이 교수는 당분간 진료와 강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을 맡은 지 10년 만에 외상센터 운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 교수와 병원 고위층의 갈등은 외상센터 운영 과정에서 불거졌다. 앞서 이 교수는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병원 고위층 모두가) 내가 그만두는 것을 원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 인력과 예산 부족을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외상센터 내 병상이 없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가 지난해 ‘환자수용 불가(바이패스)’를 경기소방재난본부에 통보한 횟수는 63회. 외상센터에 병상이 부족해 본원 병실을 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병원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755개 병상을 40여 개 진료과가 나눠 써야 하기에 본원 병상도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 의료진에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도 사퇴를 결심한 이유라고 밝혔다. 오랜 기간 간호사 충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것. 지난해 8월 아주대병원에 도입된 닥터헬기도 또 다른 갈등의 불씨였다. 병원 측이 소음을 호소하는 주민 민원을 곤혹스러워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이 교수가 센터장직에서 물러나면 아주대 외상센터 운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외상센터 초기부터 예산 확보나 운영과정에서 그의 높은 인지도에 기댄 측면이 크기 때문. 닥터헬기 운항도 난관이 예상된다. 현재 경기도 닥터헬기는 탑승할 의료진이 없어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이 교수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의 수제자인 정경원 본원 외과과장 등이 후임으로 거론되지만 이 교수와 가까운 사람의 임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아주대병원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박성민 min@donga.com·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