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축소-지연 운항에 우한교민 분통 외교부, 28일 “전세기 4편 투입”… 中, 29일 “1대만 운항할 수 있다” 나머지 교민 귀국 일정도 불투명… 격리 지역도 확정前 “천안 검토” 부처간 조율 부재가 ‘님비’ 부추겨
“우한 체류 교민 귀국 지원을 위한 전세기 운항 허가가 중국 정부에서 지금 막 나왔다.”
중국 우한 교민 수송을 위한 정부합동신속대응팀장을 맡은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30일 오후 6시 38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당초 정부가 우한 교민들에게 알렸던 탑승 시점은 현지 시간 오후 3시. 1시간 시차를 고려하면 2시간 반가량 지나서야 중국 정부의 승인을 공개한 셈이다. 정부가 우한 교민들을 수송하기 위한 전세기 파견을 처음 공지했던 27일부터 이날 전세기가 현지로 떠날 때까지 나흘간은 우왕좌왕의 연속이었다.
○ 전세기 축소 지연에 교민들 “거짓말 같다” 분통
강 장관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미국, 일본 등에서 다수 임시 항공편을 요청해 중국 정부가 우선 1대를 허가하고 순차적으로 요청받는 방침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4편의 전세기로 교민을 이송하겠다고 밝힌 정부 계획이 중국의 실제 운영방침을 파악하지 못한 가운데 발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대(對)중국 교섭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한에 총영사관을 두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총 4곳뿐인데, 미국은 물론이고 영사관이 없는 일본까지 2차례 전세기를 보내 유증상자를 포함한 교민 귀국을 마무리했다. 31일 귀국할 예정이었던 나머지 350여 명의 교민을 데려오기 위해 또다시 중국 당국의 벽을 넘어야 한다.
○ 격리시설 부처 간 조율 부재가 ‘님비’ 키워
하지만 우한 폐렴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전세기 탑승 희망자 규모가 24일 150명에서 27일 694명, 29일 720명으로 5배가량으로 늘었다. 300명 수용 가능한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 등은 이 과정에서 후보군에서 빠졌고 아산 등이 검토됐다.
그러나 28일 외교부가 실시한 정부 합동 브리핑 과정에서 ‘천안에 격리수용을 검토 중’이란 내용이 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정부 부처 내부에서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고 브리핑 자료에 천안이 들어간 것. 이 소식이 알려지자 천안 주민들은 반대 시위에 나섰고, 정치권도 가세해 잇달아 반대 성명을 냈다. 29일 아산과 진천으로 발표하자 지역주민 반발을 못 이겨 정부가 아산, 진천으로 격리 지역을 옮긴 것처럼 비친 배경이다. 30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격리시설을 정하는) 과정 관리를 못 한 정부 당국은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