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국내 초기 방역망 구멍 숭숭
○ 3번 환자 놓치고 뒷북친 보건 당국
3번 환자(54)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지난달 20일 국내로 들어왔다. 아무 증상이 없어 공항 검역대를 그대로 통과했다. 22일 오후 1시에는 약국에서 해열제를 샀다. 저녁에는 6번 환자와 또 다른 동창 A 씨 총 세 명이 서울 강남구 한일관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어 26일 근육통 악화로 보건소를 찾은 끝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질본) 역학조사관은 3번 환자의 증상 시작 시점을 22일 오후 7시로 정했다. 카드 사용 내역을 통해 그 전에 약국에서 해열제를 구매한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질본은 역학조사관의 판단을 믿고 증상 시작 시점을 바꾸지 않았다. 질본 관계자는 “3번 환자가 건강 염려증이 심해 몸이 조금만 안 좋아도 약을 사먹은 것을 감안해 정한 것”이라며 “칼로 무 자르듯 하는 기준은 없고 숫자로 만들어진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질본은 29일 시간을 ‘오후 1시’로 바꿨다. “다시 조사해 보니 3번 환자의 진술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뒤늦게 일상접촉자 4명이 추가돼 그제야 모니터링이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역학조사관의 판단이었다.
○ 접촉자 분류 실수 탓에 3차 감염
질본은 A 씨도 일상접촉자로 판단했다. 하지만 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자 부랴부랴 밀접접촉자로 신분을 바꿨다. 보건소에 “A 씨도 검사해 보라”고 지시한 끝에 A 씨는 검사를 받게 됐다.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
질본의 해외 방문 이력 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병원에서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DUR) 시스템에 우한을 다녀온 적이 없는데 우한을 다녀왔다고 뜨는 등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대로 우한을 다녀왔지만 다녀오지 않았다고 뜰 가능성도 있는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주먹구구 검사 기준
증상 발현 후 검사받는 절차의 기준 또한 모호해 현장에서는 혼란을 느끼고 있다. 예컨대 어떤 유증상자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병원에서 격리되는 반면 다른 유증상자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택에 돌아가 대기하다가 확진을 받으면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4번 환자 또한 질본의 발표 자료와는 다르게 보건소에서 바로 병원으로 이동하지 않고 자택으로 돌아가 대기한 뒤 결과를 통보받고 구급차를 통해 병원에 입원했다.
질본 관계자는 “증상이 심하면 바로 입원시켜서 검사하고 그렇게 심하지 않으면 자택에 보냈다가 검사 결과가 나오면 입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상의 정도에 대한 판단도 역학조사관의 재량에 맡기기 때문에 오락가락이라는 지적이 많다.
○ 연락 안 되는 우한 입국자 700명
앞으로 방역 관리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질본은 지난달 13∼26일 우한시에서 국내로 입국한 내외국인 2991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 중이다. 내국인 1160명 중 출국자를 제외한 1085명과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이 중 384명(35%)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겨우 연락이 닿아도 조사는 쉽지 않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전화해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데 전화를 귀찮게 여기거나 받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송혜미·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