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靑 “신속-투명 공개” 약속했는데 9∼11번 확진 발생지역 등 안밝혀 “태안 주민” 등 뜬소문… 혼선 초래 지자체 내부 문건은 SNS 퍼져… 정부, 유출 경위 수사 의뢰
“정부는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하겠다.”(지난달 30일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커지자 청와대와 정부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약속했다. 왜곡된 정보나 가짜뉴스 확산을 막아 국민을 안심시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31일 국민들은 보건당국의 ‘깜깜이’ 정보 공개에 하루 종일 답답해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질본)는 9∼11번 확진 환자를 발표하면서 발생 지역과 격리병원 정보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 사이 “충남 태안에 거주 중인 6번 환자의 딸이 확진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질본은 뒤늦게 “6번 환자 딸은 음성”이라고 바로잡았다. 하지만 1시간 뒤 또다시 “음성이 아니라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수정했다.
정작 공개돼서는 안 될 정보는 새어 나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저녁부터 포털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5, 6번 환자와 접촉자 정보가 퍼졌다. 환자가 발생한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내부 문건을 찍은 사진을 누군가 인터넷에 유출한 것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내부 대책 논의용으로 만든 자료이며 외부에 공개할 계획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어떤 경위로 누가 유출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정부는 뒤늦게 내부 단속에 나섰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각 부처와 시도에 보안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문건 유출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고려대 예방의학과)은 “환자가 거쳐 간 장소와 시간을 정확히 공지해야 같은 공간에 있었던 시민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사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