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건물 출입 수백명 중 누가…” 불안 확진자 방문 영화관-마트 휴업 백화점-재래시장 등도 발길 줄어
“목숨을 걸면서 돈을 벌고 싶진 않습니다.”
31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의류 매장. 주인 A 씨가 가게 문을 닫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음식점은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다녀간 영화관과 같은 건물에 있다. A 씨는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아예 가게 문을 잠시 닫기로 했다. A 씨는 “건물을 오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 중에 또 다른 감염자가 있을 수 있다”며 “당분간 집에 머물며 유치원생 아들을 돌보겠다”고 했다.
우한 폐렴 확진자들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영화관, 음식점 등 다중 이용업소를 다녀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확진자들이 방문했던 업소들은 상당수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고 인근 가게들도 덩달아 문을 닫기도 했다.
5, 6번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입구역의 한 영화관은 30일부터 사흘간 영업을 중단했다. 건물 입구에는 ‘극장 내부 위생 강화를 위한 긴급 방역으로 휴업한다’는 안내문만 붙었다. 31일 영화관이 입점한 건물의 한 의류매장에선 마스크를 쓴 시민 2, 3명만 보였다. 점원이 말을 걸려고 하자 고객들은 뒤로 물러서며 “알아서 보고 가겠다”고 답하며 마스크를 올려 쓸 뿐이었다.
8번 확진자가 방문했던 전북 군산시의 한 대형 할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 할인점은 아예 31일 오후 6시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해당 업체는 영업을 종료한 뒤 건물 내부에서 방역 작업을 진행했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도 실시했다.
중국 우한 교민들의 임시 보호시설로 지정된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일대 호텔에선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온양제일관광호텔은 8일까지 예약된 객실 중 110개가 갑자기 취소됐다. 이는 전체 140개 객실 중 78%에 해당한다. 호텔 관계자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온천 관광지로 겨울철 특수를 기대했는데 앞으로 몇 개월간 예약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백화점도 재래시장도 발걸음 ‘뚝’
재래시장도 한산했다. 서울 성북구 돈암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A 씨(66)는 “평소 오후 2시 무렵이면 8만 원어치는 팔았을 텐데 오늘은 2만 원도 팔지 못했다”며 “우한 폐렴 확진자 발생 이후 손님이 계속 줄고 있다”고 했다. 인근에서 떡볶이를 파는 조미란 씨(38·여)는 “준비한 재료를 버릴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장사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국제 카페리 10개 항로 대부분에선 선박들이 여객 운송을 중단한 채 화물만 싣고 입항했다. 31일 인천항에 도착한 중국발 카페리 4척 중 웨이하이(威海)와 단둥(丹東), 스다오(石島)발 카페리 3척은 화물만 싣고 입항했다. 인천∼중국 항로 전체 카페리가 화물만 싣고 운항하는 것은 1990년 첫 항로 개설 이후 처음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기승을 부릴 때도 선박들은 수십 명의 승객을 태웠고 여객 수송은 중단되지 않았다.
김태성 kts5710@donga.com·이청아·고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