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19세기에는 기상이변이 많았다. 1815년의 탐보라 화산 폭발처럼 그 원인이 자연에서 비롯된 것도 있었지만 대체로 산업혁명에 의한 매연이 초래한 것들이었다. 19세기 중반 이후에는 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로 인해 날씨가 급격히 나빠졌다. 매연 배출을 금지하는 규제가 1853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할 정도로 1850년대가 되면 산업발전에 의한 오염은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른다.
1851년 최초의 만국박람회가 런던에서 개최되었다. 철골과 유리로 지어진 거대한 수정궁에서는 산업혁명의 눈부신 성과인 공산품이 전시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공해에 찌든 런던 시민의 고통이 있었다. ‘올리버 트위스트’의 작가 찰스 디킨스는 ‘황폐한 집’이란 소설을 통해 산업혁명의 성과에 가려진 빈민굴의 숨 막히는 환경과 비참함을 고발했다. 런던 만국박람회의 테마가 ‘진보’였는데 이는 인간의 무한한 능력과 진보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의미했던 ‘진보’는 결국 자연에 대한 무자비한 파괴로 나타났다.
런던 만국박람회 이후 17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후변화의 위협과 미세먼지의 고통을 동시에 겪고 있다. 오염된 대기와 나쁜 날씨로 호러 소설이 이 시대의 대표적 문학 장르가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러스킨의 불길한 예언이 단지 묵시문학적 교훈만을 남겨주는 것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