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교민 368명 탄 1차 전세기 입국
“한국행 비행기가 뜨는 순간 긴장이 탁 풀렸습니다. 악몽이 끝났구나 싶었어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31일 전세기로 귀국한 안모 씨(33)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 씨는 이날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됐다. 이곳에서 2주 동안 감염 증세를 보이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안 씨는 “우한에선 기한 없이 호텔에만 갇혀 있었다”며 “지금은 비록 격리돼 있지만 2주 후 건강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했다.
○ ‘안내방송’ ‘통지문’ 활용해 철저히 격리
격리 시설에 입소한 교민들은 사실상 방 안에서 혼자 생활하게 된다. 방마다 샤워 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딸려 있다. 방 밖으로 나서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주간 건물 밖을 나갈 수 없는 건 물론 가족과 면회도 할 수 없다.
시설에선 상주 지원단과 교민들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안내 방송’을 주로 활용한다. 지원단은 방 앞에 도시락을 갖다 놓고 “도시락이 준비됐다”고 방송으로 안내한다. 교민들이 방문을 열고 나와 도시락을 챙겨 방 안에서 먹는다. 안 씨는 “거의 사람을 만날 일이 없다”며 “2주간 독방 생활이 걱정되지만 주민들에게 폐를 끼친 미안함이 더 크다”고 했다.
○ 착륙 후 6시간 ‘긴장’ 속에서 비상수송 작전
이날 오전 6시 5분경 우한을 출발한 전세기는 7시 58분경 김포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교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 메신저방에서 ‘고맙다’ ‘고생 많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순간부터 김포공항에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정부 당국의 2차례 검역 절차에서 교민 18명이 유증상자(우한 폐렴 증상과 유사한 사람)으로 분류됐다. 전세기 안에서 이뤄진 1차 검역에서 교민 12명이 검역 기준인 37.5도보다 체온이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 간이 검역소에서 진행된 2차 검역에선 6명이 감염 의심자로 추가됐다.
○ “우한 폐렴 옮길라” 침묵의 귀국길
고국으로 돌아온 교민들은 우한 공항에서 격리시설까지 이르는 과정을 ‘침묵의 귀국길’이라고 표현했다. 전날인 30일 오후 9시 우한 공항에 모인 교민들은 공항에 대기하는 8시간 동안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나 우한 폐렴을 옮길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다.
전세기 탑승 후에도 침묵은 계속됐다. 방호복을 입은 승무원들은 입국심사 서류와 생수를 미리 자리에 갖다 뒀다. 당국과 항공사는 승무원과 교민들의 대면 접촉을 줄이기 위해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았다. 교민들은 전세기에 탄 다른 교민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할 때도 말 대신 눈짓, 손짓으로 소통했다고 한다.
고도예 yea@donga.com·이청아 기자·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