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재능거래 플랫폼을 통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아주는 ‘퍼스널 컬러’ 클래스를 수강하고 있다. 탈잉 제공
‘특별한 힐링 취미생활로 해금 배워보세요.’
지난달 31일 온라인 재능거래 플랫폼 ‘크몽’에는 이런 글들이 수백 건 올라와 있었다. 크몽은 프리랜서의 재능 판매를 중개하고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프리랜서들이 판매자 등록을 신청하면 플랫폼이 자격증, 포트폴리오 등을 통해 전문성을 확인한 뒤 판매를 승인한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시행으로 여가 시간이 확대되고 취미에 대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하비슈머(hobby+consumer)’가 늘면서 크몽·탈잉·숨고 등 프리랜서의 재능거래를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독특한 재능을 가신 개인이 직접 서비스를 기획해 내놓음에 따라 소비자들은 기존에는 접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분야를 체험할 수 있게 됐고, 재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부업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 디자이너와 옷 고르고 래퍼에게 랩 배워
음반을 내고 활동하는 래퍼 판매자는 초보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랩으로 만들 수 있는 ‘힙합테라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래핑과 퍼포먼스를 배우는 것은 물론 구매자가 직접 쓴 가사로 곡을 만든 뒤 녹음해 소장할 수 있다. 4회 커리큘럼을 기준으로 16만 원에 판매 중이다. 이 외에도 반려동물을 위한 아로마테라피 수업, 유튜브 영상 만들기 레슨 등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들이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취미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직장인 A 씨는 재능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원데이 클래스를 종종 찾는다. 퇴근 후 저녁시간에 짬을 내 네온사인 만들기, 앙금플라워 떡케이크 만들기 등 다양한 만들기 클래스에 참여한다. A 씨는 “만들기를 하는 동안 업무 스트레스가 풀리고 한두 시간만 투자하면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이 좋아 종종 레슨을 받는다”고 말했다.
13년 동안 보컬트레이너로 일하며 노래를 가르쳐 왔다는 ‘동바쌤’ 최정수 씨(31)는 “3, 4년 전까지는 취미로 보컬 레슨을 받는 사람이 수강생의 25% 정도에 불과했는데 요즘은 75%가 취미 수강생”이라며 “남에게 보이고자 노래를 배우는 게 아니라 자기계발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레슨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취미 수요 늘면서 10배 급성장
플랫폼을 통해 향수 공방 클래스에 참여한 이용자가 향료를 시향하는 모습. 크몽 제공
크몽은 최근 ‘취미·문화’와 ‘유튜브 제작’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다. ‘탈출 잉여시간’이라는 뜻의 탈잉은 자기계발과 레슨에 중점을 두고 출범한 플랫폼답게 취미 관련 카테고리들을 좀 더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수요층이 두꺼워지면서 플랫폼 매출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재능기부 플랫폼들은 프리랜서가 일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판매자로부터 거래금액의 5∼20%를 수수료로 받는다. 2016년 11월 기준 누적거래액이 100억 원 수준이었던 크몽은 약 3년 만인 지난해 10월 누적거래액 1000억 원을 달성했다. 또 다른 플랫폼인 ‘숨고’ 역시 2017년 63만 건이었던 판매자와 구매자 간 매칭 건수가 지난해 610만 건으로 2년간 10배 가까이 늘었다. 숨고 관계자는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고 경험과 생활에 대한 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핵심 고객층”이라며 “갈수록 소비자의 필요가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것이 플랫폼이 성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사기·부실상품 조심해야
재능 거래 플랫폼 시장이 급격히 커지자 재능 상품의 품질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재능 상품은 직접 경험하기 전에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경험재’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라고 믿고 재능을 구매했는데 판매자의 실력이 형편없거나, 심하게는 거래 단계에서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재능거래 플랫폼에서 사기를 당했다’, ‘막상 상품을 구매해 보니 내용이 부실했다’ 등의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