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열풍 타고 부활한 카세트테이프
미국의 앰비언트(ambient) 장르음악가 ‘셀레스티노’의 소량 제작 카세트테이프. 케이스(오른쪽)와 테이프(왼쪽 아래), 디지털음원 다운로드 방법이 적힌 카드(왼쪽 위)로 구성돼 있다. 한국에도 이런 형태로 음반을 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소량 제작 카세트의 세계가 있다. 기존 음반시장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그들만의 음악 세계’다.
○ ‘소소하지만 장난은 아닌, 내 카세트 자랑’… 오프라인 모임도
이른바 ‘진성 회원’들의 교류는 자연스레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졌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카페나 음악 감상 공간에서 만나 각자 만들어온 믹스테이프를 감상하거나 교환하는 행사. 각자 제작해온 것을 소소히 공유하거나 자랑하는데 테이프의 종류가 다양하다. 카세트로 정식 출시되지 않은 음반을 고스란히 공테이프에 담은 경우, 여러 가수의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 섞어 녹음한 것, 한 음악가에 대한 자기 관점의 베스트 곡 모음집을 만든 작품 등.
믹스테이프 동호인들에게 최대 난제는 원자재 격인 공테이프 수급. 마니아들을 겨냥해 북유럽 헤비메탈 그룹, 국내 인디 밴드, 10대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까지 요즘 음악가들의 신작은 오히려 복고 붐을 타고 완제품 카세트로 많이 나오지만, 공테이프만은 21세기 이후 생산처와 판매처를 찾기 힘들다. 이재수 씨는 “미국, 일본 등지에 온라인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는 벼룩시장이나 창고 세일에서 공테이프만 수집해 파는 전문 판매자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품질과 재질에 따라 장당 3000원짜리부터 2만 원짜리까지 있다.
○ 음악가들, 신작 발표 수단으로도… 저작권 침해는 주의해야
어떤 음악가들에게 소량 카세트는 저작권 저촉 회피 수단으로도 쓰인다. 다른 음악가가 만든 곡의 일부를 활용해 자신의 신작을 만들어 팔되 정식 유통은 피하는 셈이다. 전문 공장에 맡길 형편이 안 되면, 조악하지만 가정용 더블덱 카세트로 직접 복사해 제조하기도 한다.
테이프에 다른 이의 음악을 복제하거나 이를 판매할 경우, 법에 저촉되지는 않을까. 판매는 물론이고, 엄밀히 따지고 들면 테이프에 음악을 담는 그 순간의 복제 행위만으로도 법에 저촉된다. 허나 몇몇 지인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개인적 소비에 머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저작권 신탁단체 관계자는 “유치원 장기자랑에서 트는 음악에 대해 저작권료를 굳이 거둬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며 “요즘 권리 침해 단속은 ‘효도 라디오’ 등 불법 USB에 집중하는 편이다. 무상으로 공유하는 소수의 취미라면 여기 적용할 규정이 모호하고 손댈 여력도 없다”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