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치러지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미국 대선의 본격적인 막이 오른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를 가릴 민주당의 첫 경선 무대이자 장기적으로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의 외교안보 및 통상 정책을 흔들 수 있는 대선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비롯한 후보들은 2일 아이오와주의 주요 도시 곳곳에서 총력 유세대결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 심리가 이어지면서 워싱턴에 발이 묶여있던 상원의원 후보들까지 주말에 모두 아이오와로 집결하면서 유세현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 세계 2600명의 기자들도 미디어 등록을 마쳤다.
●바이든 VS 샌더스 격돌
비슷한 시각,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같은 주 인디애놀라 심슨칼리지에서 열린 타운홀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꺾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단합돼 있다. 어느 후보가 이겨도 그를 지지할 것”이라며 손을 치켜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병적인 거짓말쟁이”, “인종주의자이자 성차별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서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적임자임을 내세우는 두 70대 노장의 유세 경쟁은 순위 다툼만큼이나 치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지난 1월26~29일 민주당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샌더스 후보는 27%로 조 바이든(26%)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상황. 오차범위 내 수준의 근소한 차이여서 사실상 공동1위이긴 하지만 지난해 대선출마 선언 이후 줄곧 전국 평균 지지율 1위를 달려온 바이든 후보로서는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는 위협적인 추격이다. 접전을 이어가는 두 후보의 지지율은 엘리자베스 워런(15%), 마이클 블룸버그(9%), 피트 부티지지(7%)을 크게 웃도는 것.
샌더스 후보는 아이오와주 및 일주일 뒤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리는 뉴햄프셔에서도 지지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와 NBC방송이 각각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 의원은 1위를 기록했다. 70대 백인 후보들 간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샌더스 돌풍에 ‘사회주의’ 논쟁 재점화
지난달 30일 아이오와주 유세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올해 11월에 우리는 급진적인 민주당 사회주의자들을 물리칠 것“이라는 말부터 꺼냈다. ’사회주의‘라는 10번 반복하며 샌더스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후보들을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예정된 연두교서에서도 이를 집중적으로 다시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샌더스가 아이오와 코커스의 승리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이 사회주의자 대통령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주의적인 내용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붙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디모인·프린스턴=김정안 특파원jkim@donga.com